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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풍성한 문화행사들로 모처럼 가을답다. 축제와 공연행사들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신명으로 위로하고 다채로운 전시행사들이 우리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준다. 인천아트플랫폼은 특별한 전시회, '코리안 디아스포라-한지로 접은 비행기'를 열고 있다. 한국이민사12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이다. 국내외에서 주목받아 온 18인의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독특한 미술 전시회였다. 함께 열린 북콘서트 '종이 비행기(A Ricepaper Airplane)'의 작가 게리 박(Gary Pak)과의 대화도 뜻깊었다. 소설 '종이 비행기'는 사진신부로 하와이로 간 평안도 출신 외할머니의 삶을 중심으로 하와이 이민가족 3대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사 소설이다.

이 같은 해외동포의 예술활동의 결과는 국적 국가의 예술에 귀속되지만 우리 문화의 요소가 바탕에 담겨 있기 때문에 한국 문화의 세계화이며, 또한 한국 문화와 다른 문화와 접촉하여 생성한 다문화 창조물이기도 하다.  

 

애플TV가 제작한 드라마 '파친코(Pachinko)'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이유를 생각해보자.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이주한 재일교포 1세대로부터 3세대에 이르기까지 3세대에 걸친 이주자의 신산한 삶을 다룬 코리안 디아스포라 영상물이다. '파친코'의 성공은 인종적 배타성이 강한 일본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이주자의 삶을 생생하게 표현해냈다는 데에 대한 평가겠지만, 디아스포라 현상의 보편화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전쟁 난민을 뜻하던 디아스포라는 이제 그 배경과 무관하게 모국을 떠나 살아가야 하는 이산과 이주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체제로 인한 이농과 도시화, 이주노동의 증가도 디아스포라 현상이다.

풍성한 문화행사들 삶 되돌아볼 기회 부여
'파친코' 주목엔 디아스포라 보편화 영향도


인천시가 2027년 개관할 인천시립미술관의 특화전략을 '디아스포라(Diaspora)'로 결정한 것은, 인천이 대표적 이민과 이주민의 도시라는 점을 주목한 결정이다. 1883년 제물포 개항 이후 중국과 일본 서양인의 거주 지역인 조계지가 설치된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인이 공존했던 이주민의 도시였으며, 1902년에 하와이 이민선이, 1905년에 멕시코를 향한 이민선이 출발했던 항구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인천시는 디아스포라 역사관인 이민사박물관을 2003년에 개관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인천영상위원회는 '디아스포라영화제'를 10년째 개최해오고 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전문가들과 영화인들로부터 발전 가능성이 높은 영화제로 평가되고 있다. 디아스포라 문학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이 나서서 이민과 이주문학 콜렉션을 시작하고 관련 행사를 기획한다면 인천은 한층 입체적인 디아스포라 예술도시, 다문화적 인문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 역사관·영화제 운영, '문학' 관심 필요
730만 재외동포… 고통 개선·노력 성찰해야


디아스포라 문화도시는 이산(離散)의 고통을 성찰하고 그 고통을 치유하며 극복하는 감동적 문화와 예술, 인문주의 서사를 꽃피우는 도시일 것이다. 그러자면 실제로 이주자들에게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도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인류 문명의 역사를 보면 토착과 도래, 정주와 이주는 대립이 아닌 순환과 상생의 계기로 작용하며 문화의 발전을 추동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주인은 먼저 온 손님일 뿐이며 손님이 나중 온 주인이라는 말처럼 이주자나 선주민이 네오내오없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만국도시'가 되어야 진정한 세계도시이다.

우리나라는 가장 전형적인 디아스포라 국가이다. 한때 재외동포가 900만명을 상회했으며 지금도 730만명의 재외동포가 있다. 그런데 정작 세계의 '코리안'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는가. 한국 동포들은 해외에서 아시아계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은가. 더 '슬픈 차별'은 바로 모국 동포들로부터 받는 차별, 해당 국가의 국력이나 경제력을 중심으로 해외 동포들을 차별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사대주의일 수도 있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