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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여자중학교(오른쪽)와 성남복정2지구. 토목공사 현장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임시 펜스를 설치해 놨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한참 민감한 나이의 아이들이 다니는 여자중학교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내부를 육안으로도 들여다볼 수 있는 거리에 아파트가 들어섭니다. 설계를 수정해 사선으로 해달라고 했더니 '법적으로 문제 없다', '커튼 치면 된다'는 식의 말만 되돌아오더군요."

'성남복정2지구'와 맞붙어 있는 성남여자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학부모의 하소연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성남시·학부모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0년 8월 확정·고시한 '성남복정2지구'(64만5천812㎡)는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81-1번지 일대 영장산 자락 녹지대에 조성된다. 오는 2025년 착공을 목표로 현재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며 1천200여 가구의 공공주택이 예정돼 있다.

영장산 자락에 1천200여가구 조성
맞붙은 성남여중과 15m~26m에 거리에 아파트
정면으로 내려다볼수 있는 구조
학부모들, 아이들 인권·학습권 보장 요구
성남시 관계자 "체육복 입을 땐 커튼 쳐"
5개 초교·여중 학부모들 21일 연대집회


앞서 지역주민들과 종교계가 '환경 파괴'라며 반대 대책위를 구성하고 행정소송까지 했지만 패소했다. 또 주민들에게 철회를 약속한 신상진 시장이 지난 7월2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 재검토를 건의(7월 28일자 10면 보도=국토부 장관 직접 만난 신상진 성남시장… 서현·성남복정2 개발 '백지화 되나')했지만 예정대로 공사가 시작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성남여중 정면에 들어서는 7층짜리 아파트와 1층짜리 테라스아파트 문제로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까지 크게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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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LH로부터 입수한 설계도면. /학부모 제공

설계도면을 보면 두 아파트와 여중 간 거리는 15~26m, 성남여중 바로 옆에 위치한 신흥초교와의 거리는 21~33m가량이다. 5층의 성남여중은 두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구 부지와 급경사를 이루는 곳에 위치해 있고 그 사이에 2층 높이의 옹벽이 자리잡고 있다. 테라스 아파트에서도 성남여중을 정면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성남여중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신흥초 및 자녀가 성남여중으로 진학하게 되는 인근의 금빛·성남·희망
대초교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는 배경이다. 학부모들은 육안으로도 학교 안이 보이게 설계된 아파트 위치를 뒤로 물리고 사선으로 해서 아이들의 사생활·인권·학습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아파트 발코니 음란행위 사건은 학부모들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여기에다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성남시 관계자가 "체육복으로 갈아입을 때는 커튼을 치면 된다"는 발언을 해 학부모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학부모들은 12일 회의를 갖고 오는 21일 성남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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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근래 촬영한 성남여중(사진 왼쪽)·신흥초교와 성남복정2지구의 모습. /학부모 제공

성남여중 김은경 학부모 회장은 "공사로 인한 소음, 발파, 비산먼지도 우려되는 상황인데 아이들이 등교해 입주민들과 서로 마주 보며 인사를 나눠도 될 거리에 아파트가 들어선다. 그런데 성남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없으니 커튼치고 체육복 갈아 입으라고 한다. 본인의 딸이 성남여중을 다니고 있다면 과연 그런 말이 나올지 의문"이라며 "아이들에게 인권은 없는 것인가. 설계 변경이 안 되면 공사 중단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건물 간 이격 거리를 정한 법적 기준에 따라 설계했고 성남시, 성남교육지원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완료해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성남시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승인받은 것으로 우리 권한 밖이고 법적 문제도 없어 우리가 뭐라 할 수는 없다. 우리 시의 권한 밖 사업"이라며 "체육복 발언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거리가 짧으면 옷을 갈아입을 때 커튼치고 한다고 비유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