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와 유업계의 올해 원유값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이달 초 일부 치즈 제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원유값 인상이 유력한 상황인 만큼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지난 1일 대표 치즈 제품인 '체다치즈(200·400g)'를 비롯해 피자 치즈, 슬라이스 등 40여종의 출고가를 약 20% 인상했다. 치즈류는 보통 수입원료를 사용하는데, 원재료 가격이 전년보다 약 35% 상승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서울우유측 설명이다.

20% 인상에 매일·남양유업 상향조정
피자업체들 가격 인상 영향 있을듯

유통업계에선 1위 업체가 가격 인상 신호탄을 쏘면, 2·3위 업체가 인상 행렬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엔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이 먼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뒤 서울우유가 치즈류 제품을 인상한 사례다. 앞서 매일유업은 지난 2월 치즈 제품의 가격을 3.9~10% 인상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치즈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10% 상향조정했다. 두 업체 모두 인상 이유로 치즈 원부재료 가격 상승을 꼽았다.

치즈값 인상에 따라 프랜차이즈 피자 업계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급등하는 물가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피자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등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피자의 주재료 중 하나인 치즈값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 피자가격을 인상한 업체는 도미노와 파파존스 등이다. 피자헛과 미스터피자 등은 가격 인상을 미뤄왔다. 서울우유 인상이 가격 인상의 명분을 만들어준 만큼 이들 업체도 가격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줄줄이 오르는 물가에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는 상황 속, 유제품 가격이 다시 한번 들썩일 가능성도 크다. 현재 낙농업계와 유업체들은 올해 원유 단가 조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생산비가 오른 만큼 원유단가 상승도 불가피해, 소비자가격이 1ℓ 기준 3천원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협상 마무리는 오는 15일쯤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코앞으로 다가온 밀크플레이션에 우유 사용이 많은 카페나 빵집 등에서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