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문기업 SPC 계열사 작업장에서 '소녀 가장'이었던 20대 여성이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15일자 인터넷 단독보도=[단독] SPC 끼임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 '소녀 가장'이었다)가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기업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6시께 평택시 추팔공업단지의 SPC 계열사 에스피엘에서 20대 여성 A씨가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는 기계에 빠지면서 몸이 끼여 숨졌다. 사고 당시 현장 생산라인에는 10여명의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사고가 발생한 배합기 위치 공간에는 피해자 혼자 있었다.
사고 당시 배합기가 위치한 공간에서 갑작스레 비명소리가 들렸고 배합기 공간에 진입한 작업자가 A씨 상반신이 배합기에 빠진 모습을 발견했다. A씨는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비극적인 사고를 겪은 피해자 A씨는 어머니와 고등학생인 남동생을 부양한 가장이었다. A씨 가족은 지난 20년 동안 천안시 한 상가의 작은 옥탑방에 거주했다.
A씨 아버지는 오랜 기간 무직으로 지냈고 어머니는 옥탑방이 자리 잡은 상가의 인쇄소에서 일하며 살림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대 초반이었던 지난 2020년부터 에스피엘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가 집을 떠나게 되면서 사실상 A씨 월급이 생계 유지 수단이 된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A씨는 일주일 단위로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를 번갈아 맡았고 이날 사고는 퇴근을 얼마 앞두고 밤샘 야간 근무가 끝나갈 무렵에 발생했다.
평택 소재 SPC 계열사 에스피엘서 근로자 A씨 몸 끼여 숨지는 참변
비정규직 B씨도 손 다쳤지만 응급조치 못받고 작업자들과 30분 집합
한편, 이 사고 불과 일주일 전에도 작업장에서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정규직 파견직인 B씨는 지난 7일 오후 3시께 에스피엘 공장에서 생산라인 기계를 다루다 손 절반이 20분 가량 벨트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이후 현장에 도착한 관리자는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B씨와 현장작업자들을 집합시켜 30분 가량 "(작업을)지시한 사람이 누구냐"며 책임을 물었다고 한다.
얼음찜질 등 응급조치를 받던 B씨는 병원 치료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에스피엘에선 파견 근로자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지정 병원으로 알아서 가라고 안내 받았다고 한다. B씨는 "병원으로 갔더니 (병원 측이)회사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없다고 하더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일련의 사고와 관련해 SPC 측은 "사망 사고에 대해서 엄중히 조사에 임할 것이고 파견 근로자 안전사고 매뉴얼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를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