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거리에서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 15일 낮 12시께 인천 미추홀구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팔찌, 마스크 등을 착용한 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광장에는 무지개색 깃발이 휘날렸고, 30여개 부스가 마련돼 무지개가 그려진 조각보를 나눠주거나 부채, 에코백 등 기념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광장을 가득 채운 참가자들은 오랜만에 만난 듯 서로 반갑게 인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중앙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면서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에 모인 참가자는 400여명(경찰 추산)에 달했다.
30여개 부스 참가자 400여명 인파
종교 단체 등 800여명 피켓 반대도
성 소수자인 자녀를 지지하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다는 하늘(66·활동명)씨는 "15년 전 아들이 성 소수자인 것을 알게 됐는데 그땐 성 소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힘들어하는 아이를 우선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던 것 같다"며 "3년 만에 현장에서 열린 축제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받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4살 된 자녀와 함께 퀴어축제에 참가한 인천 미추홀구 주민 백모(42·여)씨는 "평소 '평등'에 대해 관심이 많아 퀴어축제에 참여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퀴어축제를 통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에 중앙공원 하트분수지구에선 종교 단체 등이 인천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집회인 인천시민가족사랑축제를 개최했다. 이 집회에 참여한 800여명(경찰 추산)의 참가자들은 '동성 결혼, 동성애 법제화 결사반대',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퀴어축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최모(51·인천 서구)씨는 "많은 사람이 다니는 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린다고 해 반대 집회에 나왔다"며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퀴어축제에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은 무대 행사를 마치고 무지개색 깃발을 흔들며 월드컵프라자부터 인천문화예술회관 사거리까지 2.7㎞ 구간을 행진했다.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이 벌어진 도로 밖 인도에서 피켓을 들고 동성애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찰은 20개 기동중대 1천여명을 현장에 배치해 양측의 충돌을 막았다.
임신규 인천퀴어문화축제 집행위원장은 "3년 만에 광장에서 모여 진행한 퀴어축제여서 걱정이 많았는데, 큰 충돌 없이 모두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매년 퀴어축제를 개최해 차별과 혐오 없는 문화가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양·이수진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