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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고 행복한 일이 분명하다.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유년기에 인연을 맺어 가족의 일원으로 온전하게 자리매김하고 왕성하게 뛰어다니며 젊음을 만끽하는 청년기를 지나 중년기, 장년기, 노년에 이르는 전 생애를 온전히 함께 하며 삶의 가치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생살이에 동물의 삶을 대입해 보자면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생로병사는 수명이 다를 뿐이지 참 많이 닮아 있다. 본 원에 내원하는 보호자에게 자신의 반려동물에게도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중증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의아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흔하다.

만성질환은 1개월 이상 병세가 지속되거나 심할 경우 평생 병증이 지속되는 질환을 통상 일컫는다. 만성질환의 경우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의 속도에 맞게 약을 조절하며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만성질환은 치료와 동시에 생활 습관 자체를 바꿔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합적인 건강검진에서 조기에 만성질환을 진단했을 시 무증상 또는 경증인 경우가 흔하지만 실질적인 증상이 나타나 아픈 몸 상태로 내원했을 땐 위독하거나 병세가 한참 진행된 경우 또한 많다. 체계적인 검사를 통하여 확정진단이 나오면 흔히 "개도 고혈압이 있어요?", "고양이도 당뇨가 와요?"라며 반문하시는 보호자를 자주 만나곤 한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이런 상태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첫째 포유동물의 큰 범주에서 고찰하지 못한 결과, 다시 말해서 인간과 개과, 고양이과 동물은 각 장기의 구조가 거의 흡사하므로 비슷한 병증이 생길 것이 당연하지만 사람과 전혀 다르게 보거나 더 단순하게 느끼기 때문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둘째 자신의 반려동물을 마냥 어리게만 보는 경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보호자 본인이 유년기의 어린 동물을 입양한 기억이 분명하며 물리적인 나이도 자신보다 적고 그 오랜 시간동안 어리고 미숙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노령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고 듣는다면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만성질환이 진단될 경우 보호자들이 처음 보이는 반응은 현실 부정이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검사결과와 질병의 기본적인 병리 현상들에 관한 쉬운 설명을 듣게 되면 대부분은 질환을 수긍하고 이후 대처방안에 대해 상담을 받곤 한다. 그런데 첫 번째 질문은 "얼마나 치료받으면 완치될까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면 참으로 곤혹스러운데 그들에게 원치 않는 대답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노령성 만성질환은 전과 같이 회복되는 경우가 흔치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악화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주요한 치료의 목적은 근본적인 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 개의 당뇨병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 제1형 당뇨로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인슐린 투여가 전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당뇨 환축에서 인슐린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생 주사를 놔줘야하는데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탈수로 인한 극심한 갈증으로 다음·다뇨가 발생하며 병세가 악화되면서 체중감소가 심각해져 뼈만 앙상한 상태로 되어 회복불능이 된다. 물론 기력소실과 더불어 백내장, 망막손상, 콩팥질환, 피부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여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며 종국에는 생명을 잃게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수의사와 보호자가 협심하여 세심한 관심과 애정으로 강아지의 컨디션을 모니터링하면서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상태를 파악하여 적절한 치료를 진행한다면 당뇨병을 앓고 있다 하더라도 삶의 질 저하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당뇨병 뿐 아니라 만성콩팥질환이나 심장질환, 부신피질호르몬 항진증 같은 만성 소모성 질환의 경우 장기적인 치료가 필수인 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주치의 개념의, 긴호흡으로 함께 고민해줄 수의사를 선택한다면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보다 오랜시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만성질환의 조기발견과 치료의 적절한 시기를 잡는 것이며 거기엔 보호자의 면밀한 관찰과 케어가 핵심적인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