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연말을 강타한 조두순 만기출소를 전후로 벌어진 사회적 혼란이 재연되고 있다. 오늘 예정대로라면 아동·청소년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이 만기 출소한다. 출소 후 안산시의 부인 거주지로 돌아간 조두순과 달리, 법무부는 거처가 없는 김근식을 의정부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에 수용키로 했다. 전과자 갱생과 자립을 지원하는 공공시설이다.
김근식은 2006년 5월 24일부터 9월 11일까지 인천·경기 일대에서 11명의 여학생들을 성폭행했다. 2000년 한 여학생을 성폭행해 5년6개월 징역형을 살고 출소한 직후 벌인 만행이었다. 치유불가능한 성도착증이다. 필리핀으로 도주했다가 경찰의 공개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했다. 1심 재판부는 자수를 감경사유로 참작해 15년 형을 선고했다. 수감 중에도 재범 위험성 평가가 높아 심리치료를 받았고, 동료 재소자들을 공격해 형기가 연장되기도 했다. 대다수의 범죄 전문가들은 김근식의 갱생 가능성에 고개를 저었다.
김근식의 출소 후 거주지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인천 맘카페에선 인천으로 올까 지레 겁먹고 대책을 호소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니 난데 없는 의정부행에 의정부시가 발칵 뒤집어진 건 당연하다. 의정부시와 시민들은 김근식의 의정부 입성을 원천 봉쇄하고 나섰다. 김동근 시장은 15일 갱생시설 앞 도로를 폐쇄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현장에 시장실을 차렸고, 시민들도 16일 결의대회로 동참했다. 법무부는 김근식을 24시간 밀착 감시한다고 약속했지만, 기피 시설에 이어 '기피 인간'까지 떠안기냐는 반발 여론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늘도 무심치 않았는지 변수가 발생했다. 미성년이던 16년 전 김근식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나타나 그를 고소했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해 1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16일 법원은 영장심사끝에 김근식을 구속했다.
피해자 나영이(가명)네 가족은 조두순이 한 동네로 출소하자 도망치듯 이사했다. 조두순의 12년 형이나 김근식의 15년 형은, 나영이의 형언할 수 없는 피해와 11명 소녀들이 겪은 악몽에 비하면 터무니 없다. 미국이라면 11건의 범죄에 대한 각각의 형량을 합쳐 백년 이상 징역형이 나왔을 테다.
법원은 가해자에 온정적인 판결로 피해자를 2차 가해하고 국민의 사법 신뢰를 떨어뜨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