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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메신저 '카톡'을 앞세운 카카오는 2019년 매출 3조원, 2021년 매출 6조원을 돌파하면서 2년 만에 매출이 2배 급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천억원에서 6천억원으로 세 배 늘었다. 코스피 대표 성장주로 부상한 카카오 주가도 폭등했다. 2018년 11월 주당 1만7천260원에서 2021년 6월 17만3천원이 됐다. 30개월 만에 10배가 되자 동학 개미들이 달라붙었다. 증권가에선 굴뚝주와 달리 원가 부담이 낮은 플랫폼 사업의 수익성을 강조하며 매수를 권했다.

액면분할에 카카오 게임 등 자회사 상장 호재로 최고가를 찍은 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주 4만7천300원으로 신저가를 썼다가 5만140원으로 마감했다. 1년 4개월 만에 최고가 대비 30%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악재가 꼬리를 물었는데,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피로감과 성장 둔화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뱅크, 카카오 페이 등 계열사 주가도 동반 추락 중이다. 탈출 못한 개미들은 죽을 맛이다.

이 와중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휴일에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지하 전기실 화재가 나 카카오의 서버 3만2천 대가 가동 중단됐다. 카톡이 10시간 넘게 불통되면서 택시 호출, 지도, 결제, 가상화폐 거래, 본인 인증 등 카카오 기반 서비스가 멈춰 섰다. 카톡을 활용한 개인 인증 기능, 연동된 정부 민원 서비스까지 불통이 됐다. '대한민국 일상이 멈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대란이다.

불난 지 사흘이 지났는데 복구가 끝나지 않았다.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IT(정보기술) 기업들의 서비스가 완전치 않다. 카톡, 다음, 카카오맵, 카카오T, 멜론, 카카오TV, 카카오스토리가 장애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통령이 나서 상황실을 장관 주재로 격상하라 지시했다.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플랫폼을 독점한 기업들의 횡포는 갑질 수준을 넘는다. 카카오는 136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택시 호출에 쇼핑, 결제, 콘텐츠 산업, 금융업을 가리지 않는다. 단순 화재에 거대 플랫폼 기업의 치명적 약점이 노출됐다. 정보통신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냈다. 돌출 악재에 주가마저 급락하면서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국가재난의 기준과 대응 매뉴얼을 바꿔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