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SPC계열 제빵공장에서 숨진 20대 청년 가장(10월17일자 7면 보도=소스배합기 '20대 가장' 사망 작업장, 일주일전 손 끼임도 있었다)은 생전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며 격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된 환경에 작업자들은 회사에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요구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5일 오전 6시께 평택시 추팔공업단지의 SPC 계열사 SPL에서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진 A씨는 평소 현장에서 같이 작업하던 가까운 동료에게 종종 "배합이 너무 힘들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힘들다"고 토로하며 강도 높은 작업 환경에 피로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15㎏ 소스용기 직접 들어 옮겨
20대 여성 A씨가 맡은 작업은 15㎏ 단위의 소스용기들을 직접 들어 옮기는 '중노동'이었기 때문이다. 배합 작업은 식재료를 300㎏ 용량의 배합기에 부어 작동시킨 뒤, 완성된 혼합물을 15㎏가량의 알루미늄 용기에 부어 담고 옆쪽에 위치한 2m 높이의 12단 수납함에 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일련의 작업은 외부와 구분된 15㎡ 가량의 배합기 작업 공간에서 한 명이 도맡아 진행되며, 외부에서 수분 간격으로 재료를 가져다 주는 작업 보조자만이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공정은 코로나19 이후 생산 물량이 크게 늘어 작업자들의 피로감이 쌓여왔다고 알려졌다. 사고현장 작업자 B씨는 "코로나19 이후 생산량이 예전 한 3만개 정도에서 4만개 가까이로 늘었다. 공정 라인 작업자들은 그래도 틈틈이 쉬기야 하는데 배합 작업은 혼자 맡다 보니 숨 돌릴 틈도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11시간 근무에 15분씩 3회 휴식
A씨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밤샘 작업을 했는데, 이 공정의 휴게시간은 주간과 야간 모두 동일하게 하루 11시간 근무 중 15분씩 3번 주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작업자들은 배합 작업만이라도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현장 관계자에게 요구해 왔다. 배합 작업을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이 맡도록 바꿔 주거나, 교대로 휴게시간을 확보해주는 등의 내용이다.
이에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17일 오전 SPL평택공장 정문 앞 기자회견에서 그간 부실했던 안전교육문제를 지적하며 철저한 원인조사 및 경영책임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허영인 SPC 회장, 사과문 발표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은 "근무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서 무급으로 안전교육을 받도록 지시해 이를 문제 삼자 안전교육을 아예 없애버렸고 허위로 교육을 받았다는 서명을 한 달치씩 몰아서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SPL 관계자는 "조사 중인 상황이라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사과문을 내고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4면([국감 이슈] SPL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사고)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