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반 장기 주차로 몸살 앓는 아라뱃길 일대 백석대교 인근 주차장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 일대의 공영주차장들에는 캠핑카와 캐러밴 등 캠핑용 차량이 장기간 주차돼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경인아라뱃길주차장을 점령한 캠핑용 차량들. 2022.10.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경인아라뱃길이 공영주차장들을 점령한 캠핑용 차량이나 쓰레기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료로 운영 중인 경인아라뱃길 인근 인천 계양구 다남공원 주차장에는 캠핑카와 캐러밴 10여대가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캐러밴은 차량과 연결하는 장치에 거미줄이 쳐 있었다. 풀이 바퀴 위까지 무성하게 자란 캠핑카도 있었다. 주차면을 두 칸이나 차지하고 있는 캐러밴, 쓰레기가 가득한 텐트 트레일러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무료 공영주차장 빼곡하게 점령
인천시 "일부 도로 편입 案 추진"


근처 계양구 안개협곡공원 주차장에는 17개 주차면을 대부분 캠핑카와 캐러밴이 차지하고 있다. 캠핑카를 이동시키려 시동을 거는 한 차주는 언제부터 이곳에 주차했는지 묻자 "무료 주차장인데 어떠냐"며 차문을 닫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공중화장실이 있는 서구 매화동산 주차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화장실 앞 주차공간까지 점령한 캠핑카 탓에 한 시민은 어쩔 수 없이 차량을 이중주차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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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청라동 외곽지역에 있는 노을공원 주차장 한 캐러밴에는 언제 붙었는지 모를 색깔이 바랜 이동 주차 협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2022.10.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곳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박덕진(59)씨는 "한 차주는 주말이 되면 주차해 놨던 캠핑카를 이동시키고 그 자리에 끌고 온 캐러밴을 주차한다"며 "마치 개인 주차장처럼 여길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일대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인천시 교통관리과 관계자는 19일 "아라뱃길의 도로 가장자리에 있는 주차공간을 도로로 편입하고, 일부 주차장은 유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유료 주차장 내에 캠핑카 주차 구역을 일부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구는 견인 등 처분 권한 없어
이동 안내만 문자로 보내는 실정


캠핑용 차량의 이른바 장기 알박기 주차 등은 경인아라뱃길 공영주차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구 청라동 외곽지역에 있는 노을공원 주차장에도 장기주차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캐러밴들이 있었다. 한 캐러밴에는 언제 붙었는지 모를 색깔이 바랜 이동 주차 협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장기주차로 민원이 발생하고 있으니 차량을 이동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도심 공원을 관리하는 인천시설관리공단이나 공영주차장을 운영하는 군·구청 등도 장기 주차된 캠핑용 차량을 견인하는 등 강제 처분할 권한은 없다. 자동차관리법 제26조에 따르면 지자체는 도로에 방치된 차량 또는 타인의 토지에 2개월 이상 방치된 차량만 강제 처분할 수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장기 주차 차량의 소유자를 확인 후 차량 이동 안내문만 문자로 발송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