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시민단체가 지난달 오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에 따른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시청 공직자를 처벌하고 지역정치인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백억 혈세를 헛되이 쓰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공직자와 정치인이 없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왜 공분(公憤)하는가.
수백억 혈세 헛되이 쓴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
정치권·공직자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으려 해
오산시는 2008년부터 서울대병원 유치에 공을 들였다. 수도권 남부와 충청을 아우르는 의료 중심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면서다. 장밋빛 희망가에 전역이 들썩였다. 표심을 잡을 대형호재라 직감한 정치권도 맞장구를 쳤다. 경기도가 병풍을 서고, 관·학이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시는 2010년 4월 내삼미동 사유지 103필지 12만3천여㎡를 매입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는 시점에 덜컥 500억원 넘는 토지를 사들인 것이다. 그 해 시 예산이 3천700억원이다.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대학은 건립비용 3천억원에, 연간 운영비 300억원 지원을 요구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병상을 늘려야 해 재정 여력이 없다며 갑질을 했다. 수년 동안 나대지로 방치된 수만 평 땅을 보다 못한 시는 주말농장으로 개방했다. 수백억 병원부지에 고사리손으로 무, 배추, 고추, 상추가 심어졌다.
2016년 유치계획이 무산됐다. 수년째 혼사를 미루던 연인이 이별하자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시는 환매를 하는 대신 다른 궁리를 했다. 책임을 면하려는 공직사회와 비난 여론이 부담인 지역정치권의 이해가 상통했다. 병원부지를 드라마세트장으로 임대하고 안전체험시설, 미니어처박물관을 설립하는 방안이 급조됐다. 한류드라마의 중심지, 국내 최초의 안전체험시설,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구현하는 미니어처로 포장됐다. 안전체험관을 짓는데 사업비 307억원이 쓰였다. 국·도비 207억원을 지원받고도 100억원을 자체 부담했다. 부지 2만여 ㎡, 건축면적 3만5천㎡ 규모 미니어처빌리지도 180억원이다.
공익사업의 경우 토지 등 개인 재산권을 강제취득할 수 있다. 정부·지자체에 예외규정을 둬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피수용자는 자신이 넘긴 토지가 사업에 불필요하게 되면 환매권을 갖게 된다. 시는 병원 유치가 무산돼 목적을 상실했는데도 이를 토지주들에게 알리지 않는 중과실을 범했다. 지주 3명이 이 권리를 고지받지 못해 이자수익 등 재산권 침해를 받았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해 승소했다. 추가보상비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시의회는 지난달 행정사무조사특위를 구성하고 3주간 활동했다. 특위는 병원 건립사업 추진이 부적정하고 변호사 자문을 제대로 받지 않았으며, 환매권 토지 의무를 이행치 않는 등 복합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결과보고서를 공개하고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기로 의결했다. 시가 집단소송을 전제로 먼저 주기로 한 손해보상금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집행부가 더 난감해졌다.
前시장들 소환불응·의회 나무라며 선서 거부
'적반하장… 아직도 시장인줄…' 더 분노만
양해각서 한 장으로 부풀려진 서울대병원의 꿈은 8년 만에 망상이 됐다. 목적 잃은 부지엔 드라마세트장과 안전체험관, 미니어처 건물이 들어섰다. 1천억원 가까운 시·도·국비를 쏟아부었다. 곽상욱 전 시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서울대병원 유치는 무산됐으나 대형 복합안전체험관 입주가 확정됐다고 자찬했다. 5선인 안민석 국회의원은 2년 전 총선에서 "서울대병원 유치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17·18대 총선 당시 서울대병원을 유치하겠다고 한 공약을 부인한 거다.
곽 전 시장은 이달 초 시의회 조사특위 증인소환에 불응했다. 이기하 전 시장은 예의가 없다고 의회를 나무라며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공문을 보낸 의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역정을 내다 10분 만에 돌아섰다. 적반하장에, '아직도 시장인 줄 아느냐'는 반응들이다. 공분을 더 키우고 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