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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북명(1910~미상)은 노동자와 하층민들의 생활상과 저항을 주제로 소설을 썼다. 지식인 중심의 문단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노동현장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주의 소설을 많이 남겼다. '조선일보'에 연재한 '질소비료공장'(1932)을 시작으로 '암모니아 탱크', '오전 3시', '출근정지' 등 일제강점기의 노동현실, 이른바 노동소설 창작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그는 함경남도 장흥 출생으로 함흥고보를 졸업하고 주로 노동현장에서 근무했으며 고향이 북한인지라 해방 후에도 그대로 고향에 남은 재북작가(在北作家)로 일반 독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식민지 시대의 노동현실은 물론 화전민과 도시빈민 그리고 서민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 가운데서 1935년 '신동아'에 발표한 단편소설 '민보의 생활표'가 관심을 끈다. 이 소설은 당시 도시에 거주하는 공장 노동자들의 생활고와 고초를 매우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 민보의 월급은 야간 잔업수당을 다 합하여 26원 70전인데, 건강보험비 45전에 규약 저금 1원 등등을 공제하고 18원 75전으로 한 달을 살아가야 한다. 여기서 고향에 10원을 보내고 쌀값 6원과 집세 2원, 나뭇값 등을 모두 다 계산하고 나면 고작 65전이 남는다. 민보와 아내는 65전으로 한 달을 살려니 부부갈등도 생긴다.

일제강점기나 현대사회에서나 봉급쟁이 급여생활자들의 생활고와 생활난은 변함없이 똑같다. 대기업과 신이 내린 직장의 고액연봉자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서민들은 대출금 이자에, 자녀 학비에, 세금과 4대 보험에, 카드값에, 경조사를 챙기고 나면 마이너스 통장을 면할 길이 없다. 월급은 언제나 제 자리 걸음인데 치솟는 물가에 외식 물가 폭등으로 친구들을 만나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부담이 되는 시대가 됐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채소류가 22.1%나 오르는 등 농산물이 8.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냉장고 파먹기란 말이 있다. 물가가 너무 오르니 예전에 냉장고에 사두었던 식품들을 찾아 먹자는 것이고 이를 활용하는 각종 레시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어려운 시대 서민들의 기민한 위트와 순발력이 웃프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