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 가장(10월18일자 1면 보도=청년이 죽을 때까지… SPC는 듣지 않았다)의 작업장은 성수기마다 회사로부터 주 6일(64시간) '특별연장근로'를 종용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고 당시 공정은 작업자들에게 연말 특별연장근로 서명을 받던 중이었고, 서명 대장에는 숨진 작업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15일 평택SPL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진 A씨와 같이 근무했던 작업자들은 매년 작업 물량이 증가하는 행사 시기가 되면 주 6일을 근무하는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했다고 한다. 특별연장근로는 고용노동부가 승인하면 최장 3개월까지 주 12시간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제도다.
사측이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받으려면 개별 작업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복수의 작업자들은 회사가 작업자 개개인에게 특별연장근로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서명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동료들 '주 6일' 서명 재촉 주장
주말근무 필수… 휴일도 불규칙
숨진 A씨와 같은 공정 작업자인 B씨는 "(연장근로 서명을) 안 한다고 했더니 서명한다고 무조건 6일 근무시키는 건 아니라면서 설득했다"며 "일정 인원을 넘겨야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다며 서명하라고 따로 연락을 하거나 SNS 채팅방에 빨리 서명하라는 식으로 재촉했다"고 했다.
다른 공정 작업자 C씨도 "작업량이 워낙 많으니 정해진 양을 마치려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가 근무했던 공정은 행사기간에 특히 작업량이 많은 탓에 연장근로뿐 아니라, 다른 공정 인력까지 파견을 받을 정도로 고강도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A씨가 근무했던 샌드위치 공정은 유통기한 문제로 주말 근무가 필수이기에 휴일마저 불규칙적으로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휴일을 매주 작업자들의 투표로 결정해, 고정으로 쉬는 요일이 없던 것이다.
사고 작업장에 휴게실마저 없어
"15분 휴식 오가는데 10분 허비"
이 가운데 A씨의 작업장 현장에는 휴게실조차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근무했던 공정 3층은 실내에서 200여명이 근무하는데도 작업자들은 쉬는 시간마다 2층에 있는 공동 휴게실로 이동해야 했다. 이 때문에 작업자들은 하루 3번 주어지는 쉬는 시간 15분 가운데 오가는데만 10분가량을 허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SPL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평택경찰서는 18일 SPL 평택 제빵공장 관계자 D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등 사망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전담팀을 구성한 고용노동부도 사측에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등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