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인일보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평택 SPC 계열 SPL 제빵공장 여성 근로자 사망사고의 여파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20대 청년 가장이 교대 없이 밤새워 노동하던 중에 식자재 배합기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사가 벌어진 노동현장에 꽃 같은 생명을 앗아갈 만한 열악한 조건이 널려있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희생자는 생전에 격무를 호소하며 인력 충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녀의 업무는 식재료를 300㎏ 용량의 배합기로 혼합한 뒤 완성된 소스를 15㎏ 용기에 담아 수납함에 적치하는 일이었다.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12시간 동안 온전히 체력으로 버텨야 하는 중노동을 20대 여성 혼자 감당했던 것이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는 호소는 빈 말이 아니었을 테고, 인력 충원은 당연한 요청이었다. 더군다나 배합실이 격리된 상황에서 단독 근무를 했다니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즉각적인 조력을 받기 힘들었다.

하지만 회사는 직원들의 호소에 귀를 닫았다. 누가 봐도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노동량과 노동시간을 회사만 고집했다. 앞서 다른 공정에서 손끼임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외면했던 현장이니 사고 없는 현장의 하소연은 가소로웠을 것이다. 회사의 무책임은 현행법을 무시한 경영에서 극에 달했다. 이 회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그런데 안전교육은 문서로만 실시했고, 위험상황 발생시 배합기 작동을 멈추는 장치(인터록)도 없었다. 사고 발생 이후에도 공장을 가동한 비정한 경영이 근로자의 안전에 공감할 리 만무했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반발해왔다. 사업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인데 비해 처벌 조항이 모호해 자의적인 해석이나 적용이 가능해 법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댄다. 실제로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측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를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제빵 대기업 계열사에서 발생한 참사와 같이 법도 무시하고 근로자의 호소도 외면하는 안전불감 현장을 마주할 때마다 대기업들의 하소연은 무색해진다. 법을 시비하기에 앞서 근로자의 생명과 노동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 기업 문화를 쇄신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