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노동자의 끼임사고(10월 15일자 인터넷 보도=[단독] SPC그룹 계열사 작업장에서 20대 여성 '소스 배합기'에 빠져 숨져)를 계기로 SPC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계열사인 SPL이 뒤늦게 트라우마를 호소하던 작업자들에게 휴가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SPL은 사고가 난 공정 노동자들에게만 휴가를 부여했는데, 한 공간에서 일하던 다른 공정 작업자들에게는 출근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일부는 고인의 시신 수습을 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사측은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마저 생산공정을 가동해 뭇매를 맞았다. 당시에도 회사는 여론을 의식한 듯 급하게 작업을 중단시키고 작업자들에게 5일간의 휴가를 지시했다.
사망사고 다음날 생산공정 가동
여론 의식… 뒤늦게 5일간 휴가
안이한 태도에 '불매운동' 확산
그러나 사고 공정의 생산량이 많을 때면 파견을 나오는 등 사실상 작업장을 공유하며 같은 공간에서 일한 노동자 수십명은 휴가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사고 이후에도 최대 3일간 동료가 변을 당한 현장을 곁에 두고 작업해야만 했다.

특히 일부 노동자는 사고현장을 수습하는 데 동원돼 트라우마를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공정 작업자의 동료인 A씨는 "사고 당시 옆 라인 남자 작업자들이 급하게 와서 구조를 도왔다고 한다"며 "몇몇은 일을 계속 나와야 하는 상황에 심적으로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SPL은 사고 이후 3일이 지난 18일 오후가 돼서야 이들에게도 휴가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측의 안이한 태도에 분노한 시민들을 중심으로 SPC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SPC 계열사 목록이 담긴 사진과 'SPC 불매' 'SPC 불매 인증 릴레이' 등의 게시글을 공유하고 있다.
불매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사측의 대처를 지적했다. 윤모(30)씨는 "회사 대응을 보고 아니다 싶어 불매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업사원 김모(27)씨는 "평소 거래처에 갈 때 SPC 계열사 가게에 들러 빵 등 간식을 사 갔는데 이제는 동네 카페 커피만 사 간다"며 "괜히 SPC 계열사 제품을 가져갔다가 노동자 끼임 사고에 대한 SPC 측 대처, 불매 운동도 모르나 라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SPC 계열사 가맹점의 매출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남부권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만난 점주는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뒤 기계를 멈췄으면 됐는데 계속 기계를 작동시켰다는 게…"라며 말끝을 흐리고는 "코로나 때는 배달 주문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평소보다 매출이 20%가량 줄어 그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불매운동에 대한 입장은 아직 내부 논의 중인 단계이며 사고현장에 인접한 작업자들의 근무 여부는 현재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시은·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