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갈치 정치' 논란으로 시끄럽다. 발단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이재명 대표의 방위산업체 주식 보유였다. 여당이 이해 충돌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별다른 해명 없이 손해를 감수하고 전량 매각해 여당의 공세를 진화했다.
그런데 당 내부로 불이 번졌다. 대선 패배 직후인 주식 매입 시점이 문제가 됐다. 전재수 의원이 "실망스럽다"고 공개 비판했다. 대선 패배로 1천600만 지지자가 공황 상태에 빠졌을 때 정작 후보는 주식 투자나 하고 있었느냐는 얘기다. 이 대표에 대한 인간적 실망의 표현이었다.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 '개딸'들은 전 의원의 비판에 내부총질이라며 반발했다. 전가의 보도인 문자폭탄으로 탈당을 압박한다.
안민석 의원이 개딸들의 공세에 힘을 보탰다. "갈치는 갈치를 먹고 큰다"며 "이 시국에서 갈치 정치는 심각한 해당 행위"라 했다. 전 의원의 이 대표 비판을 제식구 잡아먹는 '갈치 정치'에 빗댄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내부의 적이라는 얘기다.
어느 사회에서나 조직을 위협하는 '내부의 적'은 경멸의 대상이다. 사회적 매장을 각오해야 한다. 신념 공동체인 정치에서는 특히 그렇다. 내부의 적으로 찍히면 정치생명이 끝난다. 군사독재 시절 낮에는 야당하고 밤에는 여당하는 정치인을 '사쿠라'로 멸칭했다. 절대 악인 군사정권과 내통하는 사쿠라로 찍히면 야당 정치 이력이 끝장났다. 독재시대에 만개했던 '사쿠라'가 문민시대엔 '철새'로 하늘을 날더니, 급기야 '갈치'가 되어 바다로 나아갔다. 내부의 적을 호칭하는 정치적 멸칭이 급기야 육·해·공을 망라했다.
반전이 일어났다. 전 의원을 '갈치'라 부른 안 의원을 조응천 의원이 '대왕 갈치'라 했다. 할 말을 한 동료 의원을 비난하는 일이야말로 동족 포식의 '갈치 정치'라는 비판인 듯하다. 조 의원 외에도 몇몇 원내외 인사들이 전 의원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호사가들은 성급하게 안 의원의 갈치 정치 시비로 당내 친문, 친명 사이의 계파 대립을 점친다. 당과 이 대표를 일치시키는 사람들과 분리하려는 사람들의 견해 차이를 주목하는 호들갑이다.
벚꽃(사쿠라)이나 철새나 갈치는 결백하다. 언제나 늘 그렇듯 정치가 문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