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하고 험한 이 세상에 아이들 못 맡기겠다.
평택 SPC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진 가운데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1일 오후 6시 평택역 광장 앞에서 추모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평택역 광장 앞에 차려진 추모제 구역은 공동 분향소에 헌화를 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제가 시작되자 광장을 가득 채운 100여명의 시민들은 국화꽃을 하나씩 집어 들고 자리에 모여 고인을 기리는 뜻을 모았다.

일부 시민은 딸과 아들의 손을 잡고 찾아와 슬픈 표정으로 문화제를 지켜봤다. 우연히 추모제를 찾아왔다는 대학생 신재동(20)씨는 "이런 일이 제 또래에게 일어났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끝까지 지켜봤다"고 말했다.
강규형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은 "가장 힘든 새벽 시간에 숨막히는 작업 물량을 소화했을 고인을 생각하면 같은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슴이 막막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SPC는 30만원짜리 안전센서도 설치하지 않았던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언대에서는 시민들의 자유 발언도 이어졌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본인을 소개한 시민 최정희 씨는 "아이들이 밖에서 연락이 안 되면 '너가 아니라 불안한 세상을 못 믿는다'고 야단친다. 저는 아이들이 세상을 의심하고 신뢰하지 못하게 만드는 나쁜 엄마"라면서 "그럼에도 이렇게 험한 세상에 아이들을 내놓아야 한다면 걱정에 한숨만 나온다"며 말끝을 흐렸다.
청년 시민 발언자들도 마이크를 잡고 고인을 기리며 SPC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예정에 없던 시민 발언 신청이 빗발쳐 당초 예정보다 30분이 지나서야 추모제는 끝을 맺었다.
앞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SPL은 배합기 작업이 중단되자 노동자 일부를 대구 SPC계열 제빵공장으로 파견해 배합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공동행동 측은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