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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도대체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비용은 어디서 나오는가. 발사 뉴스를 지켜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다. 비슷하게 궁금해 하는 기관이 또 있다. 대북 송금이 없는지. 오늘도 과거의 잣대로 지난 정부의 대북 문제를 수사하는 검찰도 있다. 틈만 나면 문재인 정부와 엮으려는 일부 정치인들도 있다. 그러나 그 궁금증을 풀 수 있는 해답이 나왔다. 지난 18일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싱가포르 국제 사이버 주간 서밋(SICWS) 행사에서 '최근 2년간 북한이 10억 달러(약 1조4천200억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탈취해 무기개발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 발생한 암호 화폐 탈취 사건의 60% 정도가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하나 궁금한 것은 북한이 어떻게 전 세계를 상대로 해킹을 행하는가. 과연 북한의 IT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굶주림에 허덕인다는 뉴스가 머리에 각인된 우리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 5월 미국의 국무부·재무부·FBI는 북한의 IT 장악력과 위험성을 경고하는 '북한의 정보기술노동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은 과학과 기술진보를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 최우수 학생들은 금성아카데미나 금성 제1중학교 등에서 일찍 선발하여, 과학기술 프로그램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국립과학기술대학 등에서 3만여명의 학생이 수준 높은 IT학위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美 암호화폐 탈취 60%가 북한 추정
해외 IT 노동자 파견 年 30만불 수익


미국은 2019년 기준으로 37개 북한 대학이 정보보안을 포함한 고도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과정을 운영하는 85개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훈련된 수천 명의 IT 노동자를 중국과 러시아 등 전 세계로 보내는 조직은 군수산업부문 제313총국, 원자력산업부, 조선인민군, 조선교육위원회의 대외무역부, 중앙위원회 과학·교육부의 평양정보기술국 등이라고 한다. 해외 북한 IT 노동자는 미화로 연간 30만달러 이상을 벌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앱과 소프트웨어는 비즈니스, 건강 피트니스, 소셜 네트워킹,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라이프 스타일 등으로 다양하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자주 도급받아 거래소를 설계하거나 거래업자를 위한 분석 도구와 애플리케이션도 구축해준다. 평소에는 악성 사이버 활동이 아닌 IT 업무에 종사하고 있지만 접근권한을 활용하여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침입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IT 노동자들에 대한 경고를 보면서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이른바 고강도의 UN제재나 국제 제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물론 미국은 암호 화폐 탈취 등을 통한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과연 해킹과 암호 화폐 그리고 무기개발로 이어지는 북한의 행태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가. 미국이 발표하는 제재 리스트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해킹기술이나 암호화폐의 교환방식도 변형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암호 화폐를 적대시하고 범죄시 하는 동안 북한 등은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하고 있다.

고강도 UN·국제 제재 제어 효과 한계
첨단기술 개발·견고한 국제 연대 시급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정권이 북한에 대한 유인책 내지 화해정책으로 돈을 주지 않았나 하는 의심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더 이상 정주영의 소떼도, 현대아산의 금강산도 필요가 없게 되었다.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개발에 필요한 해킹과 암호 화폐라는 일종의 노다지를 캐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북한을 평화의 무대로 끌어내기 위한 협상카드도 통일정책도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암호 화폐 시장도 해킹기술도 진보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북한의 해킹은 더 강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북한을 막을 것인가. 1차적으로 해킹을 막는 첨단기술의 개발과 해커의 양성 그리고 견고한 국제적 연대가 시급하다. 동시에 정치적 잣대가 아니라 변화하는 첨단기술의 수준에 맞춰 남북문제와 통일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한반도의 명운을 좌우할 요소가 무엇인지를 직시하고 평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