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SPC 계열사 평택 SPL 공장 사망 사고를 다룬 후속기사들. /경인일보 모바일앱 캡처

지난 15일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을 거느린 식품전문그룹 SPC 계열사 평택 SPL 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밤샘 근무를 하다 퇴근을 앞둔 새벽시간 소스 배합기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경인일보 단독보도(10월 15일자 인터넷 단독보도=[단독] SPC그룹 계열사 작업장에서 20대 여성 '소스 배합기'에 빠져 숨져)를 통해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고, 소스 배합기 몸 끼임 사고 일주일 전에도 같은 공장에서 손 끼임 사고(10월 15일자 인터넷 단독보도=[단독] 몸 끼임 사망 사고 난 SPC 계열사, 일주일 전에도 손 끼임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폭로됐습니다.

이뿐 아니라 피해자가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지내며 생계에 힘써온 젊은이였다는 안타까운 사연(10월 15일자 인터넷 단독보도=[단독] SPC 끼임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 '소녀 가장'이었다)도 전해졌죠.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는 생전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며 가혹한 노동 환경에 어려움을 토로했고 이런 사실도 단독보도(10월 17일자 인터넷 단독보도=[단독] 제빵공장서 숨진 20대, 생전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호소)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일련의 보도 속에 대통령이 정확한 경위 파악을 지시했고, 숨진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에 "최소한 인간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같은 공장 일주일전에도 '손 끼임'
엄마·동생과 지내며 생계 힘쓴 청년
생전 "화장실 갈 시간 없었다" 토로


우리 사회에 가장 유명한 식품 그룹인 SPC가 이토록 열악한 환경,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공간에서 식품을 생산해 왔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 구성원의 공분을 샀습니다. 이곳저곳에서 SPC 계열 제품을 불매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죠.

피해자는 장례를 마치고 천안추모공원에 안치됐습니다. 20대 청년의 피워보지도 못한 꽃다운 인생은 식품제조 공장의 차가운 기계 앞에서 멈췄습니다. 사회적 분노와 SPC 경영진의 대국민 사과까지 이어진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돈 보다 이윤을 앞세워서는 안 되고 무엇보다 안전과 생명이 중요하며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일지라도 사람을 중시하는 윤리를 지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해 세상에 알린 경인일보는 후속 보도를 통해 SPC·SPL과 관련한 사실들을 계속 알리고 있습니다. 사회적 여론과 사고 여파로 평택 공장 배합 공정이 중단되자 그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대구까지 보내 배합 업무를 시키는 격무로 몰아넣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피해자 가족 염려' 보도 딜레마도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는 기자들은 딜레마를 겪습니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친구들이 엄연한 상황에서 취재한 모든 사실을 독자에게 알리는 것과 피해자 주변을 생각해 아주 건조하게 보도하거나 때론 보도하지 않는 것이 어떨까 하는 고민이 딜레마입니다.

기자도 사람이기에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우리는 취재한 사실을 외부 압력,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대중 독자에게 전달했습니다. 그것이 언론으로서 경인일보의 사명이고, 또 기자의 본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평택 SPC 끼임 사망사고가 보도되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부침이 있었습니다. 때론 회유를 외면했고, 때로 거친 항의를 받았지만 묵묵히 기사를 작성하며 지금 시점까지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돛을 달아 순풍에 배를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지만 종종 거친 파도가 배를 더 멀리까지 나아가게 합니다. 부디 SPC 사망사고라는 거친 파도가 우리 사회(배)에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경영, 안전과 생명을 중시하는 기업 윤리가 자리 잡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경인일보는 다시 보도를 시작할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도 우리가 살아갈 더 나은 사회, 우리가 일할 더 나은 기업 환경을 위해 SPC 사건을 천천히 다시 들여다보기 바랍니다. 비극 속에 희망도 있습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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