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강남 유흥클럽 버닝썬에 발생한 폭행사건이 나라를 뒤흔든 게이트로 커졌다. 버닝썬을 중심으로 일부 연예인들이 마약과 성폭력 범죄를 벌였고, 불법 난장의 뒷배에 경찰이 있었다는 의혹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유명 보이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는 버닝썬의 실소유자로 성매매, 성접대 범죄로 몰락했다. 승리 혼자 몰락한 게 아니다. 그가 운영한 라면 프랜차이즈 '아오리라멘' 점주들도 함께 파산했다.
기업 소유주와 일가의 반사회적 일탈 행위는 회사 경영에 치명적 피해를 안긴다. 오너 리스크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이 전설적인 사례이지만, 오너 리스크의 실질적인 피해는 식품업계에서 두드러진다. 불매운동의 응징 효과가 즉각적이라서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주에 상품을 강매하는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지금껏 불매 운동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엔 불가리스가 코로나에 즉효라고 발표해 주가를 올렸다가, 과학적 검증에 걸려 개미 투자자들을 울렸다. 소비자들은 '남양' 없는 남양제품을 찾아내 불매 리스트에 올린다.
전국의 파리바게트 점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국내 최대 제빵업체 SPC의 계열사 SPL에 발생한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한 불매운동 여론 때문이다. SPC의 대응은 어처구니 없었다. 사고 다음날 문제의 배합기를 정상 가동했다. 동료가 사망한 현장에서 노동을 강요한 것이다. 망자의 장례식장에 빵을 가져다 놓기도 했다. 공감 능력 상실이 사이코패스 수준이다. 그룹 회장은 1주일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질의 응답을 생략한 회견은 형식적이었다. 회견 이틀만에 계열 공장에서 노동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오너 리스크가 최악인 건 그 책임을 오너가 아닌 주주, 직원, 가맹점주들이 떠안는 구조라서다. 사고는 오너가 쳤는데 주주는 주가 하락에 울고, 직원은 경영악화에 시달리며, 가맹점주는 매출감소에 진저리친다. 정작 오너의 소유지분은 까딱없고 경영권도 그대로다. 주주, 직원, 가맹점주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리스크를 극복하면 오너는 그 열매만 따먹으면 그만이다.
오너를 향한 응징이 수많은 '을'들에 대한 가해로 변질되는 부조리가 기막히다. 오너 리스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반사회적 오너들을 경제적으로 퇴출시키는 사법정의가 절실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