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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스쿠버 장비를 한 여성이 바닷물 속에서 상어의 입에 손을 집어넣는다. 몸부림치는 상어의 입안엔 낚싯바늘이 걸렸다. 2m 넘는 상어를 제압한 여성은 20㎝ 크기의 대형 바늘을 입속에서 빼냈다. 고통에서 벗어난 상어는 다시 다가왔고, 둘은 피부를 맞대며 교감을 나눴다. 그리고 놀라운 장면이 이어졌다. 수십 마리 상어가 그녀 주위로 몰려든 것이다. 그중 몇 마리의 입에는 낚싯바늘이 걸려 있었다. 동료 상어의 모습을 보고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

이 장면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이 지난해 공개돼 200만명 넘는 뷰어를 기록했다. 영상 속 주인공은 이탈리아 태생의 크리스티나 제나토. '상어 다이빙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며 26년 동안 중미 바하마 해 상어 입에서 낚싯바늘을 제거하는 활동을 벌였다. 빼낸 바늘만 300개를 넘는다고 하는데, 한곳에 모아둔 상자를 공개하기도 했다. 제나토는 "우리에게 상어는 무서운 존재로 알려졌으나 사실 인간에 의해 죽는 상어 숫자가 훨씬 많다"고 했다.

국내 연안에 버려진 폐어구로 인해 바다거북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 해양과학과 해양동물학연구실은 최근 제주 북서부 연안에서 수중 탐사를 통해 바다거북 좌초와 폐어구의 연관 가능성을 입증했다. 좌초는 바다거북과 같은 해양동물이 그물 등에 걸려 수중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바다를 표류하거나 육지로 떠내려오는 것을 말한다.

연구실은 지난 2020년 8월 바다거북이 자주 좌초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조사를 벌였다. 이곳에서 수거된 해양 쓰레기 403개 중 폐어구가 288개(71.46%)로 가장 많았다. 또 폐어구 절반 이상(64.24%)은 레저 낚시와 같은 비상업적 어업으로 버려진 낚싯줄과 가짜 미끼였다.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두 마리의 사체를 부검하자 입안에서 낚싯줄이 나왔다고 한다. 연구실은 폐어구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기·수질 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심각하다. 멈출 줄 모르는 인간들 탐욕에 자연계가 신음하고 있다. 멸종(滅種)하는 동·식물군이 급증하고 있다. 동·식물이 사라진 세상에선 인간도 살 수 없다. 재앙에 다름 없다. 죽어가는 지구는 사자, 호랑이, 악어, 곰, 고래, 상어가 포악해서가 아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