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도지성은 '도시'를 그린다. 자신의 작업을 '도시를 기록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의 캔버스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들은 주로 개발에 유린된 황량한 도시의 비인간적인 모습이었다. 갯벌이 파괴되고 만들어진 공장, 도시의 빈곤 등이다.
그의 작업에서 숨이 막히는 도시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작가 도지성을 '리얼리스트'로 부르는 이들도 있다.
캔버스에 황토 바르고 말리며 삶 돌아봐
많이 등장하는 화분… 소시민 모습 발견
오늘부터 인천아트플랫폼·갤러리 벨라서
하지만 세상이 그렇듯 그의 작업도 변화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도시를 그리지만, 지금은 도시 속에서 따뜻한 인간적 정서와 순수한 생명력을 찾아내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는 "이 변화무쌍한 도시풍경을 안 그릴 이유가 없다"면서 "인간의 삶의 모습과 동시대적 풍경의 모습은 예술의 소재로서 언제나 유효하다"고 말했다.
모든 작가가 마찬가지겠지만 도지성 작가에게도 '무엇을', '어떻게' 그리느냐는 중요한 고민거리다.
"숙제와 같은 겁니다. 결국 그림이라는 것은 무엇을 그릴 거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릴 거냐,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 조형적인 것도 중요합니다. 숙제니까요. 계속 그림 그리면서 고민하고 계속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아직 답을 못 찾았어요."(웃음)
도지성 작가가 25일부터 인천아트플랫폼 E1 전시장과 갤러리 벨라 두 곳에서 작가로서 고민한 결과물을 소개하는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 제목은 '도시의 틈'이다. 도지성 작가는 도시를 산책하며 만난 화분들, 버스정류장의 사람들, 놀이터의 모습, 별이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 들을 담아낸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그의 작업 방식은 조금씩 변화해왔지만 황토를 캔버스에 바르는 방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흙물을 흘리고 말려 젖은 걸레로 닦아내며 여백을 그리는 행위는 도시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의 이번 전시 작품 가운데는 유독 화분들이 많이 보인다. 그는 화분들을 보면서 고향을 떠나 도시에 정착한 소시민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식물이 작은 화분이라는 공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에서 고향을 떠나 도시에 정착한 소시민의 모습과 동질감을 느꼈죠. 또 삶의 터전을 떠나서 이동이 빈번한 사회라는 것이 도시의 역동적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그가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 가운데는 전통 한국화의 소재인 '매화'도 등장한다. 그의 작업실에서 보이는 버스정류장의 사람들 모습 위에 매화 그림을 배치했다.
그는 "서양화를 그리면서도 한국적인 표현기법과 재료에 대한 연구는 이어왔다"면서 "사군자의 기운생동, 여백, 번짐과 스밈으로 도시 사람들의 무미건조한 모습에 기운찬 활력을 더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미술 교사로 교단에 섰던 그는 퇴직 이후 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교직 생활을 하며 하루 두어 시간 그리는 그림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죠. 퇴직 후 작업실을 얻고 매일 작업에 열중하는 지금의 생활이 너무 즐겁습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