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 극대화를 위한 24시간 공장 가동,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동멈춤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기계의 사용, 육체적 부하가 큰 작업에 1인이 투입된 실책. 평택 SPC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 사고는 이런 요소들이 복합해 발생한 비극이었다.
25일 정치권(정의당), 사고 대책회의(SPL 노조·민주노총·노동연구소 일과건강 등)가 밝힌 이번 사고 중간보고서·법률검토의견서에는 사고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근거들이 제시됐다.
대책회의에 따르면 20대 여성 A씨는 지난 15일 6시15분께 평택 SPL공장 3층 냉장샌드위치 공정에서 소스 교반기(내용물을 섞는 기계)에 상체가 말려 들어가 소스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A씨는 상체가 교반기 안에 잠겨있고 다리는 하늘을 향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한다.
대책회의는 국립과학수사원 부검의 구두 소견과 현장 증언을 종합해 A씨의 오른팔이 가동 중인 교반기의 날개에 걸리면서 순간 상체부터 기계에 빨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의 오른팔이 걸린 이유에 대해 대책회의는 두 가지 가능성을 들었다.
사고가 난 오전 6시가 작업 막바지에 이를 시점이었기에 서둘러 내용물을 섞으려 손으로 직접 젓다가 팔이 기계에 감겼거나, 12시간 밤샘 근무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져 몸의 균형을 잃고 오른팔을 교반기 안으로 헛짚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2인 1조 작업이 무시된 1인 작업 환경, 생산속도 향상을 위한 안전조치 위반(자동멈춤장치, 덮개 등 미설치), 소스 작업에 대한 3인1조 실시 등 개선 요구 무시, 교반기 안전망(덮개) 부재 등 4가지로 분석됐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 모든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안전의식이 부재한 SPC의 경영 실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밤샘 '집중력 하락' 원인 가능성
자동멈춤 장치·안전망 등 없어
"인력 충원하고 설비 확충해야"
이에 대책회의는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2인 1조 매뉴얼이 정확히 마련되고 교반기 공정의 안전장치 부착 및 생산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장시간 노동으로 위험에 몰아넣는 주·야간 12시간 맞교대 체계를 3조 2교대 등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SPC가 발표한 1천억원 투자가 내실있게 이뤄지도록 합동검증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을 발표한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은 "형식적인 안전진단보다도 결국 인력을 충원하고 설비를 확충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책회의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가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로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이 사고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는 대외적으로 사과를 표명하고 1천억 투자를 약속하며 휘하의 사장에게 지시를 내리는 허영인 회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