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제3차 반도체 전(戰)에 돌입했다. 메모리 반도체 등을 두고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이 커졌고 다시 반도체 강국으로 부활하려는 일본과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대만까지 가세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구호에 그쳤던 '반도체 산업 육성'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며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반도체 인재 육성 등 대형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대기업 중심의 반도체 산업 구조에 머무르고 있고, 탄탄한 저변을 통해 성장하는 세계시장 경쟁에서 이 같은 구조는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 경기도는 그간 반도체 산업의 밑거름이 되는 소부장 산업 육성에 집중해왔다.

국내 반도체 산업 부가가치의 약 82%를 차지하는 경기도는 지금 어디쯤일까. 그간의 성과와 기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집중분석했다. → 편집자주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의 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은 100개 기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3곳만이 포함됐다. 중국이 42개, 미국이 28개, 대만이 10개 기업이 순위 안에 든 것과는 차이가 크다.

경기도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융기원)이 지난 3년간 진행해 온 경기도 소재·부품·장비산업 자립화 연구지원사업은 이러한 우리의 현실에서 출발했다. 대기업 일변도가 아닌, 반도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둬 우리 반도체 산업의 약한 고리를 탄탄하게 메우는 역할을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가장 주효했던 사업은 공동R&D 구축을 통한 기술개발과 테스트베드 등 기반 구축이다.


중소기업 자생 환경 마련 주안점
공동R&D·테스트베드 구축 주효
지원 시작 2년 사이 217.4% 성장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동R&D 사업은 5세대 D램 및 500단 이상의 낸드메모리 공정 장비 기술 개발에 특화된 기업들과 융기원이 함께 수요연계형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GVC(글로벌 밸류체인)를 강화한다.

이는 기술이 필요한 수요기업과 기술 공급이 가능한 공급기업이 함께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중소기업들은 수요와 공급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는 산업계의 요구에서 비롯된 정책이다.

또 올해부턴 도내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개발 후 겪는 실증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테스트베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특성상 기술을 개발해도 상용화되기까지 시제품 분석, 평가, 인증 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수요연계 실증 'Fast-Track'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기술개발이 가능해진 셈이다.

실제로 이들 사업의 지원을 받은 17개 연구지원과제 기업들은 매출에서도 큰 변화를 보였다. 2020년부터 지원이 시작됐는데, 이들 기업은 지원을 받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해 2021년 매출액이 총 547억원 늘어났다. 2년 사이 217.4%까지 성장한 셈이다. → 그래픽 참조


이 같은 성과에 따라 경기도가 특화단지 지원 사업을 설계함에 있어 실제 기업의 수요를 고려하게 됐다. 융기원은 도내 반도체 관련 기업들을 모니터링하고, 실제 상담을 거쳐 기술개발 및 운영의 어려움을 파악했고 실제 지원 수요에 맞게끔 설계돼 기업들에 효과가 컸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