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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인천본사 경제산업부 차장
'르네상스'는 14~16세기에 일어난 문화운동을 말한다. 중세를 부정하고 중세 이전의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로 회귀하자는 운동이다. '학문이나 예술의 부활·재생'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인천시는 역점 사업으로 인천항 내항 일대를 개발하는 '제물포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다. 제물포는 조선시대 포구의 이름이다. 조선의 작은 포구는 개항을 계기로 근대식 항만인 내항이 들어섰고, 개발·확장을 거쳐 지금도 무역항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물포 르네상스는 무엇을 부활·재생하려는 걸까. 르네상스와 제물포라는 단어로만 추정하면 제물포 르네상스는 현대의 항만 대신 옛 포구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 내용은 전혀 다르다. 노후한 구도심이라는 이미지를 '부정'하고 새롭게 '재생'하겠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비전은 화려하다. 해양·관광·문화가 융합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내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내용도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결국 상업·주거 시설을 중심으로 한 개발 사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초기 계획과 달리 아파트와 주상복합 등 주거시설이 대거 들어섰다.

인천항 관계자들은 제물포 르네상스 공약이 발표됐을 때부터 우려를 나타냈다. 인천항 내항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불만을 내비쳤다. 이 사업은 인천항 내항이 '없어져도 된다'는 전제가 있고,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인천항 내항은 산업화 시대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지금도 국가 무역항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노후한 지역을 대상으로 발전적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다만 인천항에서 땀 흘리는 이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보이지 않는 '제물포 르네상스'라는 이름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산업부 차장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