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여름 수도권 일대에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남부지역은 강수량 부족으로 인한 가뭄과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지역별 강우량 편차가 커지면서 물의 불균형 해소는 화두로 떠올랐다. 생활·공업용수로 활용하는 취수원 관리와 수자원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력과 이해는 더욱 중요해졌다. 상수도의 경우 지자체 간 수자원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생산원가 및 요금, 서비스 등의 격차도 논의해야 할 이슈다.
물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공공재이자 보편적 복지 서비스다. 그럼에도 상수도는 전국 161개의 지자체가 개별 운영하고 있어 지역에 따라 요금 및 서비스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요금이 다른 이유는 시설 규모, 노후도, 공급 거리 및 취수원 확보 여부 등 생산원가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는 급수지역이 밀집되어 생산원가가 낮아지는 것에 비해 농·어촌 지역은 넓은 지역에 인구밀도가 낮아 생산원가가 높아진다. 이러한 현실에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 편차가 더해지면 지역별 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지역별 물 격차를 해소하려면 국가 차원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인근 지자체 간 시설과 조직을 통합 운영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여 수자원 활용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 시대에 지역별 물 불균형이 확대되지 않도록 상수도 운영의 체질을 개선하고 양질의 수돗물을 전 국민이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야 한다. 상수도의 국가 통합운영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의 경우 1975년부터 개별 지자체의 권역별 광역화 추진 및 수도사업 통합으로 전국에 급수 보급이 가능해지고 생산성이 향상됐다. 호주는 2013년부터, 미국은 2018년부터 일부 지자체를 통합해 상수도를 운영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단일 수도요금제를 추진하고 있는 등 통합적인 물관리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통합운영을 위한 기술과 제도적 기틀이 구축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2017년부터 '노후상수도 현대화사업' 추진으로 누수 물량을 줄이고, 중요 수도시설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오래된 상수관이나 정수장을 보유한 총 118곳의 지자체를 선정하여 노후시설 개량을 추진한다.
K-water에서는 전국 75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노후 시설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며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낡은 상수도관을 정비하고, 최신 정수처리 시설을 설치하여 가정까지 새는 물을 잡아 유수율을 높이고 있다. 유수율이란 처음 정수장에서 내보낸 물이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도착하는 비율로, 유수율을 높이면 생산원가 절감이 가능해지고 보다 효율적으로 많은 물을 가정까지 보낼 수 있게 된다. 한강유역에서는 2017년 횡성 등 지자체의 노후된 상수도 시설을 개량하여 초기 70%를 밑돌던 유수율을 5년 만에 85%까지 끌어올리고, 주민 만족도 및 수돗물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현재 가평군, 포천시, 여주시를 대상으로 수도사업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화사업이 완료되면 지자체 간 상수도 통합운영 기반이 마련된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2018년 물관리 일원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기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나누어 하던 수량, 수질 등 물 관련 업무의 권한과 책임이 환경부로 모이게 되었다. 물관리기본법 시행으로 통합물관리의 근간이 만들어졌고, 이해관계자가 물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유역 거버넌스의 틀도 구축되는 등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 격차 심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가 차원에서 지방상수도를 통합하여 전문적으로 관리한다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보편적이고 균등한 물 복지는 사회의 안정과 번영의 조건이다. 국가 차원의 상수도 통합운영으로 새로운 물의 시대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김동규 K-water 한강유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