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장. 첫 질의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지난 7월 19, 20일 개인일정을 "핸드폰이든 수첩이든 확인을 먼저 해달라"고 주문했다. 순간 장내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김 의원의 질의 내용에 집중했다.
핵폭탄급 의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국내 최대 로펌의 변호사들과 늦밤부터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더 탐사'의 유튜버와 이세창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권한대행의 통화 녹취에 이어 최초의 제보 여성이 남자 친구에게 술자리를 묘사하는 통화 내용이 국감장에 울려 퍼졌다.
국민들은 3고 경제에 허덕이고 북한은 끊임 없이 도발하는 비상시국에 대통령이 '동백 아가씨'를, 최측근 장관이 '윤도현 노래'를 돌려 부르며 법조 엘리트인 로펌 변호사들과 술판을 벌였다?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권이 무너질 스캔들이다. 한 장관은 역공이 강력했다. '사실'이 아니라는데 "장관직과 향후 모든 공직을 걸겠다"며 김 의원에게 폭로의 근거를 추궁했다. 한 장관의 반격에 당황한 김 의원은 국회의원의 물어볼 권리, 즉 면책특권을 강조했다.
이후 전개된 상황은 황당하다. 우선 술판이 벌어졌다던, 김 의원이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고 첼로가 연주됐다"던 문제의 '청담동 바'가 없다. 당일 대통령의 행적은 서초동 자택을 지켰던 친야 단체에 의해 확인됐다. 이세창씨는 녹취록 짜깁기를 주장한다. 술자리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자 친구의 주장을 '더 탐사'에 제보한 남성은 잠적해 연락이 안 되고, 여성 측은 제보의 사실 여부를 밝힐 수 없단다. 그런데도 '더 탐사'는 유튜브에 '술통령과 한동훈의 진실'이라는 김 의원의 예고대로 게재했다.
김 의원은 '더 탐사'와 협업했다는데, 언론의 기본인 팩트 체크가 엉망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한 장관은 김 의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워낙 간단한 팩트 체크라 곧 진상이 드러날 테다. 김 의원이 쏘아올린 '청담동 술자리 스캔들'이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한계와 존폐 공방으로 비화됐다. 대안 언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예상된다. 김의겸 나비효과가 어디에 이를지 짐작하기 힘들다. 한때 언론 동료였던 김의겸을 지켜보는 심경이 착잡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