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같이 학교를 표상하는 교가는 건학 정신과 함께 지역의 정서가 내재 되어 있다. 대부분의 교가는 4분의 4박자 또는 4분의 2박자를 통해 합창하기 쉽게 반드시 후렴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교내외 교육 활동을 알리는 이 노래는 입학식 또는 졸업식 등 학교 행사나 의식에서 쓰인다. 학생들은 교가를 다 함께 반복해서 부르게 되면서 외울 필요 없이 가락에 붙여진 가사를 습득하게 된다. 이렇게 학습된 교가는 자연스럽게 애교심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모교의 긍지를 가지게 한다. 또한 가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익히게 됨으로써 미래의 양식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교가의 본질은 이 노래를 제창하는 재학생들을 위하여 존재한다. 재학생들의 미래가 교가에 응축되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인류애와 보편적인 세계관으로서 다음 세대를 정의롭게 펼칠 수 있다. 그것은 공동체 안에서 반복, 학습함으로써 나만의 소리가 아닌 나도 소리를 내면서 서로 어우러진 하모니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물론 졸업생들에게는 교가가 기억의 잉여물로서 지울 수 없는 향수와 같은 것으로 남아있기 마련이다. 이같이 수원 지역 사회에서도 100여 년이 훌쩍 넘은 유서 깊은 학교들의 고유한 교가가 전통을 이어주고 있다. 게다가 졸업생들은 동문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노래를 향유하면서, 선후배들이 모여 순수했던 그 시절 동질성과 결속력을 다지는 것도 그 연유다.
애교심 발동·모교 긍지 불러오지만
다문화·다민족·정보 문명사회화로
100여년 역사속 가사 현실과는 괴리
그렇지만 오래된 학교일수록 100여 년이 지난 현실에서 교가의 가사가 21세기를 사는 재학생들에게 어울리는지에 대한 시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수원시의 역사와 전통을 다지고 있는 오래된 사립·공립 고등학교의 교가를 들 수 있다. 수원 시내 모 인문계의 경우 교가 중반부에 '끊임 없이 모이는 우리 건 아들'이라는 표현과 후반 '발휘하자 우리 힘 배달의 혼'이 그것이다. 이 같은 '건 아들'과 '배달의 혼'은 우리 민족을 일컫는 말인데 최근 다문화 다민족 다세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새로운 주석이 필요해진다. 이미 학교 현장에는 한민족이 아닌 다른 혈통의 학생들이 학교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수원 시내 모 공립고등학교의 경우 교가 중반부에 '일어서라 장부야'라는 표현과 '역사의 쟁기를 몰자'라는 부분이 나온다. 여기서 '장부'는 건장하고 씩씩한 남자를 표상하는 것이지만 현재 남학생보다 여학생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남녀공학에서 올바른 가사인지 의문이 든다. 심지어 '역사의 쟁기'는 논밭을 가는 농기구로서 역사를 잘 가꾸어 가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작금의 21세기 정보 문명사회에서 농기구가 농기계로 대체된 지 반세기가 지났다. 거기에 '쟁기'라는 사물의 비유가 적절한가를 넘어서 과연 이러한 교가를 부를 때 모교에 대한 긍지와 애교심이 생겨날 수 있을까.
'21C 시대성' 맞게 내용 변화 필요
졸업생은 '미래의 현재' 돌려줄 사명
교가는 재학생들에게는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동력이면서 시대 정신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재학생들에게 교가는 졸업생들처럼 향수의 공간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공간으로서 출현되어야 한다. 다만 교가의 가사를 바꾸지 못하는 것은 후배들의 문제가 아닌 그로 인해 선배들의 추억이 변형되거나 동문 간의 결속력이 훼손될지에 대한 구태한 이기가 선험적으로 작용했으리라.
교가의 형식은 작곡에 있는 것이며 교가의 내용은 작사에 있는 것으로서 형식은 고유성을 남기고, 내용은 시대성에 맞게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오래된 미래'를 살고 있는 선배들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라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과거의 미래'를 살고 있는 졸업생들은 재학생들에게 '미래의 현재'를 돌려줄 필요가 사명처럼 있어 보인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