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논농사가 금지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에 누렇게 익은 벼가 무성하게 자라 눈길을 끈다. 인근 주민들은 이 벼를 수확해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나눠주자고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에 제안했다.
지난 28일 오전 11시께 찾아간 계양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에는 군데군데 자란 벼이삭이 잘 영글어 있었다.
3기 신도시에 포함된 계양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는 지난해 추수를 끝으로 경작이 금지됐다. 인근 주민들은 논에 남아 있던 볍씨가 자연적으로 자란 것으로 보고 있다.
농사 금지… 볍씨 자연발아 추정
주민들 "수확·소외이웃 기부해야"
LH, 법종보호종 서식 등 논의 예정
근처 땅 주인인 유모(75)씨는 "볍씨를 그냥 뿌려두기만 해도 따뜻한 날씨와 고여 있는 빗물로 벼가 자랄 수 있다"며 "LH 쪽에서 벼를 수확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LH 측은 이곳에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어 벼를 수확하자는 주민들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LH가 조사한 결과 이 일대에는 법정보호종인 금개구리 1천192마리와 맹꽁이 166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금개구리와 맹꽁이 이주를 위한 포획 작업을 벌이고 있다.
LH 관계자는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현장에 방문했는데 일부 구역에만 벼가 자라 있고 수확할 만큼 품질이 괜찮은지도 알아봐야 한다"며 "31일 환경부와 법정보호종 이주에 대해 협의할 예정인데, 이주가 끝나면 벼 수확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