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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거짓이 난무한다. 온갖 거짓이 삶과 사회를 휩쓸고 있다. 거짓말이 흘러넘치고, 거짓 글과 거짓 행동이 현란한 춤을 추면서 마침내 삶과 존재가 거짓으로 휘몰리고 있다. 거짓이 나쁜 까닭은 이것이 우리 삶을 허망하게 만들고, 존재 자체를 허물어버리기 때문이다. 거짓은 그것이 가리키는 모든 것을 욕되게 함으로써 그 참됨을 망가뜨린다. 거짓은 순수함과 의미를 오염시킴으로써 그 영혼을 해체한다. 모든 것은 허무의 늪으로 빠져든다. 마침내 우리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고 아무데에 의지할 수 없으며, 삶을 둘러싼 모든 것에서 다만 허무의 깊은 절망과 마주하게 된다. 허무의 깊은 심연은 지옥 불처럼 쉴 새 없이 우리를 삼켜버리려 한다. 이 허무와 치욕을 견딜 수 있을까. 

 

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삶을 이끌어가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를 지켜낼 규범이 있어야 한다. 거짓은 그 모두를 파괴하기 때문에 거짓이 난무하는 삶과 사회는 마침내 파멸로 치닫게 된다. 그런데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우리 삶과 사회를 이렇게 온갖 거짓이 난무하는 곳으로 몰아가게 만들었다. 거짓을 경고하고, 거짓이라 말해야 할 언론이, 학문이 거짓을 부추긴다. 거짓을 드러내야할 예술이 침묵한다. 거짓된 삶이 무너뜨리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풍요로움에 현혹된 사람들은 그 거짓을 애써 외면한다.

우리 삶과 존재 파괴 시키는 '거짓'
정치·경제·관료·언론·학계 지도층
이익 카르텔 위해 끊임없이 치달아


거짓은 다만 명제에 자리한다. 가짜는 그것을 판단하고 언어화하는 우리의 말과 의미 안에, 그 의미의 터전 안에 있을 뿐이다. 거짓은 사물과 사건에 있지 않고 그것을 판단하고 언어화하는 우리의 존재 안에 웅크리고 있다. 그래서 거짓은 우리의 말과 의미를, 우리의 삶과 존재를 파괴하게 된다. 그렇게 파괴된 말과 의미를, 그 삶과 존재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깨어지고 무너지더라도 참됨과 의미를 향해 매몰차게 나아갈 때만이 그 모두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한 줌의 도덕에, 한 푼의 경제적 풍요에, 한 순간 빛나는 현란함에 현혹되어 어렵고 괴롭지만 가야할 그 길을 포기하고 있지 않은가? 의미 있는 삶은 결코 이런 현란함에 자리하지 않는다. 규범이 상실된 사회를 다만 법으로 지켜낼 수는 없다. 그것은 역사에서 보듯이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 우리 사회와 정치는 불과 몇 달 만에 끝없이 퇴행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 법과 관료, 언론과 학계의 거짓 지도층은 그들의 이익 카르텔을 위해 끝없이 발가벗은 거짓으로 치닫고 있다. 거짓 논문이, 주가 조작이, 거짓 경력이 오히려 옳다고 외친다. 거짓으로 이룩한 부와 권력으로 거짓을 참이라고 우기고 있다. 법의 이름으로 이 모든 거짓을 정의라고 강변한다. 작은 거짓을 부풀리면서 거대한 거짓과 불의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거짓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돈과 이익으로 달래고, 법과 권력으로 윽박지른다.

그에 굴종하는 학자, 언론, 예술이 안쓰러울 뿐이다. 마침내 지쳐가는 민중은 그들조차 거짓에 빠져듦으로써 그 발가벗은 거짓에서 겨우 자신을 지키려 한다. 우리 삶도 그와 더불어 허무와 무의미의 늪으로 빠져든다. 일어나 비추이지 않으면 그 끝은 절망이다. 다시금 타오르는 촛불이지만 이미 훈련된 그들은 법의 이름으로, 언론의 침묵으로 이 모두를 꺼뜨릴 준비를 마쳤다. 거짓을 거짓으로 덮으면서 우리 삶과 우리 공동체를 완전한 거짓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쳐가는 민중 겨우 자신 지키려 해
힘들지만… 차갑고 뜨겁게 외쳐야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깨어나야 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거짓에 맞선 말을 해야 하고, 거짓 법치와 거짓 언론에 투쟁해야 한다. 한 줌의 도덕과 한 푼의 풍요에 현혹된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길은 힘들고 괴롭지만, 깨어지고 넘어지더라도 일어나 가야 한다. 더 이상의 퇴행은 있을 수 없다. 역사의 어느 순간이, 우리 삶의 어느 한 시간이 이런 고난에 찬 싸움과 고행의 길에서 벗어난 적이 있었던가? 정치의 거짓에, 법이란 이름의 만행에 맞서야 한다. 죽은 지식과 언론에 조종을 울리자. 경제적 달콤함에서, 현실의 안락함에서 일어날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난무하는 이 모든 퇴행을 되돌리기 위해 차갑고 뜨겁게 일어나 외쳐야 한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