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행복한 삶을 꿈꾸던 고려인도 '이태원 압사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고려인들이 밀집해 사는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 주민들은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인천지역 고려인 지원 시민단체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은 연수구 함박마을에 사는 고려인 박 율리아나(25·여)씨가 이태원 참사로 숨진 사실을 31일 파악했다.
박씨는 1년 6개월 전 아버지가 있는 한국으로 들어와 함박마을에 정착했다.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따로 살았던 그는 직장 동료와 함께 핼러윈 축제가 열리는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1년6개월전 아버지 따라 인천 정착
25세 박율리아나씨 이태원서 숨져
지인과 직장 동료들이 기억하는 박씨는 항상 긍정적이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한국에 사는 것에 만족해 하면서 여느 20대와 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서 연애하고 가정도 꾸리고 싶어 했습니다."
박씨가 올해 1월부터 일한 유아교육업체 동료 전모(34·여)씨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는데, 수업에 대해 조언을 주면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내년 2월에 러시아에 계신 어머니를 보러 가기 위해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박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함박마을에 사는 고려인들은 슬픔에 잠겼다.
"러시아 어머니 보려 휴가 잡았는데"
SNS 안타까운 소식에 이웃들 울먹
이날 함박마을에서 만난 고려인 방 타찌아나(38)씨는 "새벽에 이태원 참사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한 뒤 율리아나가 핼러윈 축제를 간다는 말이 생각나 계속 연락했지만 받지 않았다. 지금도 착하고 웃음 많았던 율리아나가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율리아나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SNS에 글을 올렸는데, 함박마을에 사는 많은 사람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율리아나를 생각하며 다들 슬퍼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손정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공동대표는 "유족이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박씨에 대한 장례 절차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