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부터 한달간 세계인 축제
대회 준비하며 외국인 노동자 학대
10년간 네팔인 등 6500명 사망 충격
11월에 또 하나의 축제가 시작된다. 20일에 시작해서 한 달간 지속하는 카타르 월드컵대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의하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시청한 인구가 35억7천200만명에 이르러 세계 인구의 절반보다 많다고 하니, 월드컵대회를 세계인의 축제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1986년부터 10회 연속 월드컵대회 본선에 진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더구나 유럽에서 인정받는 손흥민과 김민재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하여 이번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카타르가 2010년에 월드컵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후에 대회를 준비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학대한다는 보고가 계속 나온다. 카타르는 경기도보다 조금 넓은 국가로 전체 인구 290만명의 85% 정도가 외국인 노동자이다. 2012년에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가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짓는데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침해 현상을 보고하면서 이 문제를 세계에 알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2021년 2월23일자 기사에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카타르에서 외국인 노동자 학대로 인해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출신의 약 6천500명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충격적 실상을 보도했다. 이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이 묵을 숙소가 부족해서 카타르 정부가 최근에 수천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강제 퇴거시켜 관광객 숙박업소를 마련했다고 한다.
해외 일부 축구인·시청자들 '비난'
우리도 비판적 움직임 보여야할때
카타르 월드컵대회 준비과정에서 많은 생명이 스러지고 인권 탄압 상태가 심각해지자 일부 축구인과 월드컵 시청자들이 비판적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축구대표팀의 한지 플릭(Hansi Flick) 감독은 신문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한 카타르를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한 FIFA를 비난하고 이번 월드컵이 팬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프랑스 몇몇 도시들은 카타르 월드컵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형 스크린을 이용한 거리중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프랑스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우승 국가로서 월드컵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은데도 거리중계 보이콧을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축구인이나 축구 시청자들이 카타르 월드컵에 대해 공식적으로 비판하거나 시청 보이콧을 한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해외에서 비판적 움직임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축구 시청하는 재미에 빠져서 또는 축구산업의 발전이라는 목표만 집중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은 것일까. 최근 SPC계열사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이후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처럼, 카타르 월드컵대회 준비과정에 대규모 인명 사고가 있었는데 맘 편히 월드컵을 시청하기란 어렵다. FIFA와 카타르 정부를 향해 적게라도 비판적 행동을 실천하며 생명과 인권을 중시하는 축제문화, 놀이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절실한 때이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