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당(晩唐)의 대표시인 두목지(803~852)는 풍류남아요, 가을의 시인이다. 가을 단풍이 온 산하대지를 화려하게 물들일 때면 늘 생각나는 시인이 바로 두목(杜牧), 두목지다. 당나라 말기의 시인 이상은(李商隱)과 두목을 일컬어 이두(李杜)라 하는데, 두목은 칠언절구에 특히 능했다. "수레를 멈추고 앉아 늦가을 단풍을 즐기노라니, 단풍잎이 2월의 꽃보다 더 붉구나(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라는 저 유명한 두 구절은 가을이 오면 항상 호명, 인유되는 그의 대표작 '산행(山行)'이다.
두목은 천재적 시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풍채도 좋고 미남자였던 얼짱 시인으로 알려졌는데 화려한 그의 시풍(詩風)만큼이나 연애편력도 대단했다 전해진다. 특히 두목지가 수레를 타고 기루(妓樓)가 밀집한 거리를 지날 때면 기생들이 그가 타고 가는 수레에 귤을 던져주었는데, 기생들이 던져준 귤이 늘 수레에 가득 찼다고 하여 그를 '귤만거(橘滿車)'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의 고전 '춘향전'에도 이 도령을 묘사하는 대목에 "풍채는 두목지라"하는 대목이 나올 정도로 두목지는 인기 만점의 시인이었다.
이번 주부터 주말까지 단풍이 절정에 이른다. 단풍이 빠르게 남하하여 이제 계룡산·내장산·무등산·가야산 등이 절정에 이르렀고 유명 국립공원과 산책로에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다. 이렇게 계절은 어김이 없어 울긋불긋한 단풍들로 아름답게 세상을 물들이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단풍을 즐길 여유를 주지 않는다.
핼러윈 참사로 세상이 온통 슬픔에 잠겨있는 상황에서도 가계대출 금리는 2012년 7월 5.20%를 기록한 이후 현재 5.15%로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으며, 주택담보대출도 전달보다 0.44%나 올랐다. 이 와중에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책임회피성 해명으로 국민들의 얼굴에 붉게 단풍이 든다. 또 여당은 대장동을, 야당은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고금리에, 물가고에, 정쟁에 국민들은 지치다 못해 이제 짜증이 난다. 애도기간에는 정쟁을 삼가고, 단풍구경도 차분하게 다녀와야겠다. 정치권과 정부는 서리 맞은 11월의 단풍보다 더 울긋불긋 타들어가는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