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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혁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
1940년 11월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해협에서 세계에서 3번째 길이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타코마 대교가 붕괴되었다. 당시 최첨단 공법이었던 현수교(Suspension Bridge)로 설계되어 초속 53m의 강풍에 견딜 수 있는 훌륭한 다리였으나 개통 4개월 만에 가벼운 바람에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붕괴 당시 바람은 초속 19m에 불과했으나 이 바람이 대교 상판에 부딪히며 와류현상을 일으켰고, 여기서 생겨난 진동이 대교의 고유 진동수(Natural Frequency)와 일치하는 공진현상(Resonance)이 발생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진동을 일으켜 어이없게도 무너져 버린 것이다.

매년 산업현장에서는 800여 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귀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사고 중에서도 조직·기술 등 다양한 요인이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적 사고를 현장에서 조사하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타코마 대교 사례처럼 위험의 공진(共振)이 배후에 도사리고 있음을 마주하게 된다. 


비용절감 따른 야간 단독작업
휴식 부족에 피로누적·폭우 등
현장 변동성 겹쳐 '사망 사고'


그렇다면, 산업현장에서 위험의 공진(共振)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특정한 업(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위험진동수와 그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변동성이 일치하면서 공진현상이 발생하여 치명적 사고로 치닫는 현상이라 말할 수 있다.

지난 여름 구조조정 중이던 관내 사업장에서 발생한 지게차 전복사고 조사과정에서도 위험의 공진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게차 작업이라는 고유의 위험이 비용절감을 위한 야간단독 작업·휴식시간 부족에 따른 피로누적·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한 서두름 등의 현장 변동성과 중첩되면서 안타까운 사망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위험의 공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업이 가지는 고유의 위험과 현장의 변동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우리는 업이 가지는 고유의 위험통제에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예를 들자면 작업 위험성 평가,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확인 업무수행 등 우리 공단에서도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통해 산재예방에 기여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장의 변동성이 안전에 미치는 매커니즘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납기단축·고용악화·환율상승 등 기업경영 관점의 변동성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였다. 이러한 현장 변동성에 대한 사전 통제기능(Precautional Control)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의 안전책임경영에 대한 리더십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안전의지가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과 의사결정 과정에 내재되어야만 비로소 안전이 구성원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으로 체질화(體質化)되고 안전문화 성숙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사전 통제기능 제대로 작동위해
최고경영자 안전책임경영 우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더불어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산업현장의 변동성 관리는 위험의 공진을 예방하기 위한 경영책임자의 최우선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좁은 국토에 고도로 집적화된 우리의 산업현장에서 위험의 공진이 초래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가적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정상범위를 벗어난 변동성 관리에 정부와 기업, 사회 각 주체의 책임 있는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울러, 지난달 핼러윈의 비극으로 모든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한 이태원 사고 역시 축제의 뒷골목에 위험의 공진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의미 깊게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양승혁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