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동 참사 현장 소방차 통행로 불법주정차7
1일 긴급차 통행로로 지정된 '인현동 화재 사고' 주변 도로에 차량들이 불법 주정차 하고 있다. 2022.1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태원 압사 참사'는 우리가 무심코 넘기는 일상 속 자그마한 위험 요인이 한순간에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사고 위험은 늘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생활 속 인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크고 작은 현장은, 그리고 과거 희생자까지 낳았던 사고 현장 등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또 당국이 약속한 안전 대책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불법주차 즐비 긴급차 통행로 무색
붕괴 위험 3~4등급 건물 1229가구
등하굣길 안전 실태 아직도 제자리
'결함 인정' 건설 크레인 사용 여전


■ '인현동 화재 참사' 긴급차(소방·응급) 통행로 유명무실

1999년 10월30일 인천 중구 인현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순식간에 2층 호프집으로 옮겨붙었고, 현장에 있던 10대 중·고교생 57명이 숨지고 78명이 부상을 당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였다.

23년이 지난 현재 인현동의 상가 밀집지역 이면도로는 '긴급차 통행로'로 지정돼 있다. 긴급차 통행로는 폭이 좁아 소방차와 응급차 등 긴급 차량이 통행하기 어려운 이면도로의 주정차를 막기 위해 소방당국이 지자체와 협의해 지정·관리하고 있다.

도로 노면에 노란 글씨로 쓰인 '긴급차 통행로' 표시가 무색하게 상가 앞 도로엔 차량이 버젓이 주차돼 있었다. 도로 한쪽을 점유한 차량들로 승용차 1대조차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길이 좁았다.

■ 집중호우로 '와르르'… 인천에 붕괴 위험 빈집 많아


집중호우가 내렸던 지난 8월 동구 송현동의 한 2층짜리 주택 외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벽돌이 골목을 덮치는 사고가 났다. 인근 주민들은 빈집으로 오랜 기간 방치돼 있던 이 건물이 붕괴할 것을 우려해 구청에 꾸준히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동구청은 빈집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못해 철거하지 못하고, 이행강제금만 부과해왔다.

이 빈집은 최근에야 철거됐다. 주민들은 동구청이 건물주와 합의해 건물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인천에는 붕괴 위험이 높은 빈집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현재 인천시가 파악한 빈집은 2020년 4월 기준 총 3천665가구로, 이중 붕괴 위험 등으로 조치가 시급한 3∼4등급 건물은 1천229가구(33.5%)에 달한다.

주안초등학교 인근 공사장 불법주차
지난 9월 학교 주변 신축 아파트 공사로 통행로가 좁아진 인천주안초등학교에서 하굣길 어린이들이 주변을 살피며 길을 건너고 있다. /경인일보 DB

■ 학교 주변 공사장 어린이 등하굣길 위험천만


1일 낮 12시께 인천 미추홀구 인천주안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신축 공사장. 학생들의 등하굣길인 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 이면도로에는 불법으로 주·정차된 차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하교하는 이 시각에도 대형 화물차와 레미콘 등이 20여분 동안 쉴새 없이 도로와 공사장을 드나들었다.

지난 9월 주안초등학교 등 주변에 공사가 이뤄지는 인천지역 학교들의 등하굣길 안전 실태를 파악했을 때의 모습과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당시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4월 어린이보호구역 82곳(전체 277곳의 29.6%)에서 불법 주·정차 차량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군·구청에 단속을 요청하거나 통학로가 위험해지면 공사장 관계자에게 안전 펜스 설치 등을 요구한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해결된 건 별로 없었다.

결함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현장
지난해 4월 인천의 한 건설현장 크레인에 '불법 소형 타워크레인 즉각 퇴출'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경인일보 DB

■ 건설현장 시한폭탄 '소형 타워크레인'은 여전히 작동 중


지난해 5월 인천 부평구의 한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 소형 타워크레인 쇠밧줄이 1t가량의 거푸집을 옮기던 중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제 자재들이 쏟아진 지점에는 노동자들이 작업 중이었던 터라 자칫 다수의 사상자가 나올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노동자들은 사고 이전부터 소형 타워크레인 중 4개 기종에 대해 안전 결함을 지적하며 등록 말소 요구를 이어왔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기종들에 대해 제작 결함 등을 인정하고 등록을 말소하거나 시정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소유주들이 이에 반발해 법원에 행정심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전국 건설 현장에는 여전히 이 기종들이 버젓이 쓰이는 실정이다.

전국건설노조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아직까지 이 기종들이 사용 중인데,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 쉐라톤호텔 화재
2009년 3월 인천 송도국제신도시에 신축 중이던 쉐라톤 인천호텔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경인일보 DB

■ 인천 고층건물 화재 예방책은

2009년 3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신축 공사 중인 쉐라톤 인천호텔 옥상에서 불이 났다. 당시 옥상 높이는 22층에 달해 인천소방본부가 보유하고 있던 46m짜리 고가사다리차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고층 건축물이 늘어나면서 인천소방본부는 지상 23층 규모까지 접근 가능한 70m 높이의 고가사다리차 2대를 도입해 대응하고 있다.

고층 건축물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건물 내 방화문, 비상구 등 대피시설 관리도 중요하다. 요양원이 10~11층에 자리 잡고 있는 미추홀구 도화동의 한 고층건물은 비상계단에 건조대, 진료용 침대 등 짐이 쌓여 있어 보행자의 통행을 가로막고 있었다.

인하대 산사태 현장
2011년 7월 강원도 춘천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이 지역에 봉사활동을 갔던 인하대 학생 10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경인일보 DB

■ '인하대 춘천 봉사활동 산사태 참사' 이후 강화된 안전대책


2011년 7월26일 강원도 춘천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났다. 산사태로 쏟아져 내린 토사가 주변 펜션을 덮쳐 이 지역에 봉사활동을 갔던 인하대 학생 10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20대 젊은 나이에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는 점에서 이번 이태원 참사를 떠오르게 한다.

인하대는 당시 사고를 계기로 학생들이 OT(오리엔테이션), MT 등 교외활동을 할 때 교직원이 인솔하도록 한다거나 사전 답사를 통해 위험 요인을 확인하는 등 지침을 마련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학생 지도 인력·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행사 참가 전 안전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며 "숙박시설에 대한 관할 지자체의 안전점검 결과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양·변민철·백효은·이수진기자 k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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