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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언제부터 두어졌을까. 전설의 군주인 요순이 어리석은 아들들을 깨우쳐주기 위해 바둑을 만들었다는 '요순기원설'이 가장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여러 고문헌과 기록들에도 불구하고 바둑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고 확정적인 정설을 찾기 힘들다. 배태일 박사 등의 연구를 보면 1954년 중국 허베이성에서 182년경의 후한시대 고분에서 17줄 바둑판이 출토되었고, 내몽골에서 요나라 시대(916~1125)의 무덤과 당나라 시대의 비단 그림에서 13줄 바둑판이 발견됐다고 한다. 19줄바둑은 당나라 때 크게 성행했다고 하는데, 19줄바둑은 훨씬 이전부터 두어져왔다. 1959년 고고학자들이 허난현 안양 부근에서 수나라 개황 15년(서기 595년) 장성(張盛)의 묘에서 사기로 만들어진 19줄 정방형 바둑판을 발굴했다. 설화와 기록을 종횡무진하는 바둑의 역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의 승려 도림이 백제 개로왕의 판단을 흐려놓기 위해 바둑을 두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바둑을 즐겼고, 여성의 바둑에 대한 기록도 있다. 고려 시대 기생 진주와 동인홍이 바둑을 두었다고 전해지며, 허난설헌의 '궁가(宮訶)'와 '유선가(遊仙訶)' 등의 시편들에서 바둑이 등장한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여류바둑대회는 1963년 4월 13일 조선일보사에서 주최한 '여류왕위전'이다. 이때 당시 신광여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영숙이 여류 왕위에 올랐다. 또 1963년 을조 여류왕위전에서 우승한 윤희율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으로 바둑유학을 떠났다. 그러다가 1975년 제1회 여류입단대회가 열려 조영숙과 윤희율이 최초의 여류프로기사가 됐다.

지난 4일 2022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전에서 최정 9단이 한국프로기사 랭킹 2위인 변상일 9단을 불계승으로 누르고 결승전에 올랐다. 최 9단의 세계바둑대회 결승전 진출은 바둑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내친김에 우승까지 차지해서 바둑의 새 역사를 써주기 바란다. 최9단의 결승 진출은 어떤 분야이든 이제 성별이 특별한 의미가 없음을 잘 보여준다. 사건, 사고로 바람 잘 날 없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유쾌하고 유의미한 소식도 많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