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라는 말이 있다. 겉만 보면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필자에게 두 '사태'는 전혀 같지 않다. 그리고 이 다른 점은 사태의 본질에 대한 또 다른 규명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하는 수없이 세월호 참사 당시를 잠깐 회상해 본다. 그때 모든 것이 이상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모든 일들의 연속이었다. 안산 단원고에서 애초에 예약한 배가 세월호로 갑자기 변경되었고, 배는 안개가 자욱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무릅쓰고 출항했다. 항해사는 출항 직전에 세월호 회사에 입사한 사람이었고, 그가 침몰 과정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가는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진도 앞바다에 이르렀을 때 이미 배는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고, 그럼에도 선박의 선장이며 항해사는 계속해서 항진했다. 이윽고 아침에 배가 수상한 충돌과 함께 기울어지기 시작했지만 선장이며 등등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되풀이했을 뿐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 한참 있다 해경선이 도착했지만 해경은 기울어지는 배에 갇힌 사람들, 선상에 매달린 사람들을 보고만 있었다. 해군도, 공군도 적극적인 구명 활동을 벌이지 않았고 심지어 미국의 군함이 구조를 돕겠다 하는 제안조차 거부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그날 아침 일찍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고 있었다는데 여기에 늦게 보고된 세월호 사태를 접하고도 정부는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대통령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1970년대 한성호 침몰 사건을 기획했는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사는 노인이 모든 것을 주재하는 듯했다.
세월호 큰의혹 간단히 묻히는 현실
납득 할 수 없는 또하나의 대량 희생
필자는 반드시 국가 권력을 쥔 누군가가 이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국정 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대통령은 참사의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의 지도자였으므로 모든 의문이 풀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세월호를 건져올려 목포항으로 가져간 것을 끝으로 이 끔찍한 비극의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은 시도되지 '않았다'. 그렇게 큰 의혹이 이렇게 '간단히' 묻힐 수도 있다는 끔찍한 현실 앞에 많은 이들이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태원 참사라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대량 희생을 경험하고 있다.
이 끔찍함에 더하여 더 놀라운 것은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장이 보여준 괴상한 행태였다. 그는 일부러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기극을 벌였다. 빨리 걸으면 이십 분이면 현장에 도착할 수 있건만 그는 관용차 안에서 한 시간 넘게 허비하고 차에서 내려서는 뒷짐을 진 채 한가롭게 느적느적 산책을 하듯 걸었다. CCTV에 비친 그는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화로운 밤을 음미하는 듯했다.
그는 그러는 사이에 어떤 실효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보고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의도적이었다고 해석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던가 한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청의 상황을 총괄해서 판단 보고할 의무를 지킨 여성 총경조차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그는 과연 단순한 업무 태만이었던가? 그런데 이 용산서와 서울청 상황실의 책임자들은 정치색이 정권 담당자들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무엇이·어떤 힘이 참극 유발했는지
정부는 샅샅이 밝혀 그 책임 물어야
어느쪽도 섣부른 구호로 막아선 안돼
유튜브는 요즘 수사당국보다 빠르다. 처음에 넋이 나갈 듯한 충격을 받은 필자는 그 다음에 이태원 현장의 수상한 현상들을 추적하는 유튜버들의 온갖 추리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대량 참사가 단순한, '자연스러운' 압사 사태만은 아닐 수도 있음을 말하고들 있다. 그들은 군중 속에 다르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무엇이, 현장과 이를 둘러싼 어떤 힘이 이런 참극을 유발했는지 정부는 샅샅이, 정확히 밝혀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시는 이런 끔찍한 희생극이 이 땅에서 벌어져서는 안 된다. '어느 쪽'도 섣부른 구호로 진실을 묻는 일을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