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따르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사용자는 출산 및 육아휴직을 거부할 수 없고, 근로기준법의 다른 조문과 달리 근로자 5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도 모두 적용된다. 그런데도 절반 가까이 이 제도를 어려워하는 까닭은 불이익이 뻔히 예상되는 탓이다. 육아휴직에서 복귀하니 이전과 다른 업무 또는 다른 장소로 배치되는 일, 교묘하게 다른 사유로 징계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을 하여 회사를 그만두게 만드는 일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2022년의 현실이다.
법은 출산휴가 또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회사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근로자를 휴직 이전과 같은 업무로 복귀시킬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기란 어렵지 않다. 근로자를 징계하면서 육아휴직이 아닌 다른 이유를 둘러대거나,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라는 조문을 활용해 임금만 같게 유지할 뿐 아예 낯선 환경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다른 직무·교묘한 징계사유·괴롭힘
불이익 예상에 10명중 4명 사용 꺼려
일례로, 과거 대리했던 사건 중 사무직으로 일하다 육아휴직에서 돌아오자 돌연 서비스직으로 배치된 노동자가 있었다. 상식적으로는 황당하고 억울한 사례지만 전후로 지급되는 임금이 같았기에 회사가 법을 명백히 어겼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화해를 통해 노동자는 종전과 일정 정도 유사한 직무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처분도 엄히 다스릴 수 없는 현실에 뼈 아팠다. 책임자들이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에 관한 탁상공론만 하는 사이 약은 조치들은 제대로 처벌되거나 뿌리 뽑히지 못하면서 노동자들을 압박해왔다.
그나마 다행으로 지난 6월 대법원은 롯데쇼핑이 육아휴직 복귀자를 다른 업무로 배치한 사건에서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그리고 육아휴직 이후 사업주가 복귀시켜야 할 '같은 업무'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특히 '복귀 후 맡게 될 업무나 직무가 육아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짐에 따른 생경함, 두려움 등'으로 인해 육아휴직 사용에 지장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목이 울림을 준다. '생경함'과 '두려움'은 육아휴직 사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육아휴직에서 복귀할 예정인 근로자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과 불안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는 단어다. 이 단어가 판례에 명시된 것은 2022년의 다행인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또 대법원은 "조직체계나 근로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사업주가 '같은 업무'로 복귀시키는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임금만 유지할 뿐 '생경함과 두려움'을 안기는 인사조치에 대해서도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
롯데쇼핑 복귀자 타 업무 배치 사건
대법원 '복귀후 맡는 직무 달라짐에
'불이익·생경한 감정없는 인사' 제시
다만, 이 판결에서 약 3개월 뒤 이어진 남양유업 육아휴직 사건에서 대법원은 같은 잣대를 유지하지 않았다. 광고팀장이던 직원을 육아휴직 뒤 팀원으로 배치했으며, 해당 근로자에게 허드렛일을 주어 힘들게 하라는 사업주의 육성 녹음까지 세간에 공개됐음에도, 남양유업의 배치전환을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로 본 것이다.
'임신·출산·육아 관련 제도로 근로자를 괴롭혔다간 큰 피해를 볼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사법기관의 오락가락 비일관적인 메시지로는 대법원 스스로 설시한 기준인 '생경함과 두려움'을 이유로 육아휴직을 꺼리는 세태를 해결하기 어렵다. 실제로, 환영받았던 판례의 주인공인 롯데쇼핑은 해당 사건 이후에도 육아휴직 복귀자를 경남권에서 서울로 발령했다는 비판적 보도가 나왔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당연한 권리 앞에서 생경함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유은수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