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和談) 숲'은 광주와 용인 땅을 가르는 백마산 발리봉(481m) 기슭에 자리한다. 여의도 절반 크기인 135만5천372㎡ 면적에 4천 종 수목이 식생한다. 소나무원, 이끼원, 진달래원 등 17개 테마원과 5.2㎞ 탐방로를 갖췄다. 본래는 '곤지암 수목원'이었으나 숲을 가꾸고 다듬은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2018년 작고)의 호를 따 개칭했다.
탐방로 입구에 들어서면 모노레일 탑승구가 보인다. 몸이 불편한 노인과 약자에겐 부담스런 가파른 경사다. 맑은 샘이 흐르는 소류지를 두고 이끼원과 푸른 소나무원이 내방객을 반긴다. 일본의 정원 풍경을 옮겨온 듯 절제된 미(美)의 공간이다. 중턱을 지나 오르면 자작나무 참나무 무리가 하늘을 가린다. 손을 타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생태계가 건강하다. 낙과한 도토리가 길을 막아 피해 가기 쉽지 않다.
숲속엔 '물 주는 노인'이 있었다. 새와 나무를 끔찍이 아낀 산(山) 주인은 머슴처럼 일했고, 직원들도 알아채지 못했다. 허리춤에 전기 가위 주머니를 찬 할아버지가 물을 건네는데, 풍객(風客)은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작고해서도 숲을 떠나지 않았다. 구 회장 유해는 화장돼 수목장으로 안장됐다.
화담숲 입장권이 암거래된다고 한다. 이달 13일까지 이어지는 가을 단풍축제 기간 입장객 수를 일정 범위로 한정하면서다. 주말 2인 기준 2만원인데,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4만6천원까지 웃돈이 붙어 인터넷 중고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 구매 아르바이트생이 가격을 흥정하기도 한다. 안전 확보와 환경 보호를 위해 방문객을 제한한데 따른 과수요 현상이다.
야구장이나 공연장에서 암표를 거래하다 적발되면 벌금이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 암표 거래는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다. 거래가 성사되면 QR코드로 넘겨받는 단순한 방법이기에 실행하기가 손쉽다. 숲 운영진도 암거래를 막기 위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지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다고 한다.
화담은 숲에서 영리를 구하지 않았다. 성수기에 입장객을 막고, 겨울철 문을 잠그는 이유다. 화담의 생은 담백하고, 소박했다. 시끄럽고 번잡하고 요란한 일을 멀리했다. 웃돈을 주고 새치기를 한 속인(俗人)을 화담이 반길 리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