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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올해 쌀 시장은 가히 최악이었다. 쌀 수요는 점점 줄어드는데 벼농사는 잘된 탓이었다. 햅쌀 수확기에도 지난해 쌀이 창고에 가득했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니 가격은 뚝뚝 떨어졌다. 농민들에게 사들인 가격보다 훨씬 더 낮은 값에 팔아야 하는 지역농협의 손실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명품' 경기도 쌀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제산업부에서 일하며 경기도 벼 생산지 곳곳을 다녔고 각지의 쌀을 맛봤다. 품종마다 조금씩 특색에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밥을 지으면 윤기가 흐르고 밥맛이 쫄깃쫄깃했다. 농가와 지역농협은 명품 경기 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어려워진 쌀 시장에 대한 농가와 지역농협의 억울함은 이들이 흘린 땀방울만큼 컸다. 매일 땀 흘리며 성실하게 농사를 지었을 뿐인데, 새벽잠을 잊은 채 벼를 도정하고 쌀을 판매했을 뿐인데 상황은 해가 갈수록 열악해진다.

경기지역 쌀 시장을 취재하면서 지역언론의 실정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경인일보는 SPC그룹 계열사의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숨진 일을 단독 보도했다. 이후에도 해당 사건과 관련된 각종 사안들을 다방면으로 깊이 있게 조명했다. 모녀가 삶을 비관해 세상을 등졌을 때도,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아이가 모진 학대 끝에 숨졌을 때도 현장엔 늘 기자들이 있었다. 경인일보 외에도 많은 지역언론 기자들이 지역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땀 흘리며 성실하게 취재하고, 새벽잠을 잊은 채 기사를 작성한다. 그러나 지역언론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기자들의 노력은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다. 뉴스 공급의 대부분을 포털이 담당하는 지금의 상황은 이를 더욱 심화시킨다.

쌀 시장과 지역언론의 어려움은 제품 질의 문제이거나 농부나 기자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게 아닐 것이다. 성실함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시장의 불균형에서 기인한다. 이는 입법·행정기관의 역할이다.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쌀도, 지역언론도.

/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