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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작용과 반작용' 두 물체가 서로에게 작용하는 힘이 균형을 이루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과학법칙을 의미한다. 이 법칙은 인문과학의 하나로 볼 수 있는 부동산 시장에도 적용된다. 최근 금융권의 신용경색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 가능성이 커진 분위기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속도도 이에 맞춰 빨라지기 때문이다. 금번 칼럼에서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착륙(작용) 이슈들에 대응해 자연스러운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규제 완화(반작용)를 주요 시장별로 다뤄본다.

우선 금융시장을 살펴보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서로의 신용을 믿지 못하는 신용경색 현상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신용경색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강원도의 채권 불이행이 이를 촉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정부 국공채는 물론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 전반의 신용문제로 번지면서 건실한 기업과 가계에도 돈이 돌지 않는 문제에 직면했다. 정부는 이러한 신용경색 해소를 목적으로 50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10월27일에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개최하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에도 나섰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 대상으로 규제지역이나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50%로 완화하며, 2019년 12·16대책 이후 2년 이상 유지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도 조만간 해제된다. 


레고랜드 사태이후 '신용경색' 현상
미분양 대거 발생 분양가 통제따른
수도권 중심 착공물량 급감 분위기


공급 시장에서는 미분양주택이 대거 발생하는 가운데 공사비 증가와 분양가 통제로 인해 수도권 중심으로 인허가 물량과 착공물량이 급감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270만호 공급 계획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시공사와 시행사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적정마진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미분양 우려로 인해 투입된 자금조차 원활하게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 또한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건설자재 가격 급등분을 반영하기 위해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를 올해에만 3차례나 인상했고, 분양에서의 중도금 집단대출 금지선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했다. 해당 정책 영향으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중소형 면적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청약 흥행 가능성이 높아진 분위기다.

거래시장은 거래 절벽을 넘어 사실상 실종 상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낮은 역대 가장 적은 매매 거래량인데 이는 그 차제로 상당한 시장 왜곡을 부른다. 현재 거래량 급감의 주요 원인은 대부분 수요층에 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절대적으로 높아진 가격 부담감 등이 맞물린 결과다. 다만 2008년부터 현재까지 14년 동안 매년 30만~40만채(누적 약 400만~500만채)의 신규 주택이 추가로 공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주택의 수요층에 해당되는 가구의 분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필수재에 해당되는 주거 문제는 매매시장에서 수요가 이탈하면 결국 전월세 시장으로 수요가 유입돼 주거 비용(현재는 월세)을 급격히 늘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11월 예정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를 포함해 올해에만 4차례(일반적으로 연 2차례) 회의를 개최하며 규제지역들을 신속하게 빼내고 있다.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비규제지역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세금과 대출, 청약, 분양가상한제, 고분양가관리, 정비사업, 전매제한 등의 다양한 규제들이 패키지로 움직이는 파급력이 있다. 시장의 경착륙 우려감이 커지고 가계 부채의 부실화 우려감이 커진 만큼 11월 열릴 주정심에서는 서울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때보다 매매량↓ 거래 실종
침체 지속땐 규제완화 속도 빨라져


이처럼 침체가 가속화될수록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부의 규제완화 속도도 빨라진다. 가계 자산의 70~80%가 부동산에 편중돼 있는 현실적 문제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가격이 급등했던 수도권 일부 지역들은 급격한 가격 되돌림도 나타나고 있어 수요층이 체감하는 가격 부담 수준도 다소 축소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규제완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매매 거래량이 과거 평균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일견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9월 아파트 거래량은 총 611건으로 25개구에서 월 41건 수준의 거래만 이뤄지는 상황이다. 과거 일반적으로 월 4천~5천건가량 거래되던 지역으로 서울지역의 재고아파트(임대 제외 약 165만가구)와 개업중개사무소(2만7천곳) 숫자를 고려하면 월 600건 수준의 거래량은 비정상의 범주조차 한참 벗어났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