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1)씨는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4 Pro 1TB 모델을 살펴보다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카드사 무이자 혜택 기간이 대폭 축소돼서다.
이씨는 "자급제 단말기 가격이 250만원에 달하는데, 무이자 할부 개월 수가 적어져 한달에 부담해야 할 가격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기존 제공하던 6개월 할부 적용시엔 월 41만원씩 내면 됐지만, 3개월로 줄어들어 부담금액이 83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9일 유통업계와 카드사 등에 따르면 삼성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이 이달부터 온라인쇼핑 등에서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고 있다.
금리인상 여파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자, 제공하던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신한 등 6개월서 절반으로
'블프' 다가와도 구매 망설여져
고금리에 혜택 줄어들 가능성 커
우선 삼성카드는 백화점, 온라인쇼핑 등에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신한카드도 온라인쇼핑 무이자 할부 기간을 동일하게 축소했다. 롯데·하나·우리·비씨 등의 카드사들은 최대 4~8개월 수준의 무이자 혜택을 제공 중이다.
소비자들은 줄어든 혜택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한 쇼핑 행사인 '코리안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15일까지 역대급 규모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무이자 할부 축소는 구매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올해 코세페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AK플라자, 현대백화점, 전자랜드, G마켓 등 2천300여 유통업체가 참여한 상황이다.
미국의 가장 큰 할인 이벤트인 '블랙프라이데이' 시즌도 다가오고 있다. 다양한 할인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이 축소된 만큼 고가 제품 구매가 망설여진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 혜택이 지금보다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이자 할부는 카드사가 고객 대신 이자를 지급하는 것인데, 고금리 속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는 등 카드사들의 수익성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는 만큼 고객 혜택 축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