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얼아침대화
김창남 문화평론가. /새얼문화재단 제공

변방의 것에서 세계 중심의 것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한국의 대중문화 상품, 이른바 'K-콘텐츠'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창립 멤버이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인 1세대 문화평론가 김창남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는 "한국 대중문화의 힘은 일제강점기, 미군 주둔, 군사 독재 정권 등 굴곡진 역사를 거친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적 '혼종성'에서 나온다"면서 "섞여 있다는 것, '다양성'이야말로 한국 대중문화의 힘이다. 한류(韓流) 붐을 지속하려면 문화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주최로 9일 오전 7시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열린 제425회 새얼아침대화에 연사로 나온 김창남 교수는 '한국 대중문화사, 세 번의 굴곡 : K-콘텐츠의 힘은 어디서 온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굴곡진 역사 거쳐 '혼종성' 강조
자본논리속 '마이너리그' 과제로


그는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를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차근차근 짚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하며 미국 문화가 유입됐다. 군사 독재 시기를 거치며 형성된 저항문화에 우리의 토착문화가 섞이며 문화적 혼종성이 형성됐다.

빠른 속도로 근대·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할아버지 세대와 산업화 시대의 마인드를 가진 아버지 세대, 지식·정보화 감각을 가진 자녀 세대가 동시대에 공존하며 시간적 혼종성도 갖춰졌다. 이렇게 다양성을 갖춘 문화가 세계인의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 대중문화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과거처럼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상업주의, 자본 논리 때문에 소위 '돈이 되는' 창작 활동만 이뤄지면서 시장의 다양성이 억압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승자 독식의 사회다. 이러한 곳에서는 (다양한 창작자들이 펼치는) '마이너리그'가 크지 못한다"면서 "마이너리그를 어떻게 키워주는가가 앞으로 중요한 문제다. 한류의 붐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문화적 공공성이 정책적으로 보호되고, 문화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