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조심 강조를 위한 여러 테마 중 특히 소방차량 길 터주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대중교통수단에는 노약자와 임신부를 위한 자리가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고 어릴 적부터 배웠고 이는 분명 사회통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의무는 아니다. 양보하지 않는다고 처벌을 받지도 않는다. 하지만 출동하는 소방차량의 출동로를 양보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는다.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화재나 응급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의 1분 1초는 말 그대로 황금 같은 시간이다. 화재는 보통 5분 이상이 지나면 연소가 확대돼 인명구조를 위한 소방관의 진입이 어려워진다. 재산 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 위험이 커지게 된다. 또한 심정지 환자는 4~6분이라는 골든타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고 시간이 지체될수록 소생 확률이 급격히 낮아진다. 이 짧은 시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인명을 구하고 재산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방차량이 때론 신호를 무시하고 위험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도로를 쌩쌩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때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8년 6월 법령 개정에 의해 소방차에 길을 양보하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이 됐다는 건 소방차량에 길을 비켜주는 게 필수적인 일이 됐다는 것이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결코 어려운 일도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도 아니다. 더욱이 요즘은 소방차 길 터주기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언론 보도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소방차 길 터주기를 인지, 실천에 동참하는 편이다.
소방차가 오면 길을 비켜줘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혹은 어느 방향으로 길을 비켜줘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경우가 있다.
먼저 1차선 도로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로 이동해 저속 주행하거나 필요에 따라선 일시 정지를 해야 한다. 2차선 도로일 경우 소방차량이 1차로로 이동할 수 있도록 2차로로 이동해야 하며, 3차선일 땐 소방차량이 2차로로 갈 수 있도록 1·3차로로 비켜줘야 한다. 교차로일 경우엔 교차로를 피해 오른쪽 가장자리로 이동 후 일시 정지하고 보행자의 경우 긴급차량이 보이면 초록불이라 해도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멈춰야 한다.
위에 언급한 방법들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출동 중인 소방차량을 만났을 때 양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꼭 숙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가 노력한다면 내 가족과 이웃뿐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는 소방차량을 위해 도로 위 모든 차량들이 양 옆으로 순식간에 갈라져 통행로가 확보되는 모습을 두고 흔히 '모세의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이 같은 장면은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볼 때마다 감동이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도 때로는 소방차량 출동로 확보가 되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용인소방서는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의 일환으로 소방차 길 터주기 홍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긴급 상황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발생할지 모르며 소방차량 길 터주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운전자와 보행자들이 소방차 길 터주기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당부드린다.
/서승현 용인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