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한국시리즈에서 SSG 랜더스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상대 팀 키움과의 전적은 4승 2패.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았고, 외야수 김강민이 2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등 노장들 투혼이 빛났다. 위기 때마다 무서운 뒷심으로 판세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KT 위즈와 LG 트윈스를 잇따라 제압하며 기세를 올린 키움은 결정적 순간에 실책이 쏟아지고, 체력이 고갈되면서 우승컵을 내줬다. 정규리그 우승팀 SSG의 포스트시즌 승리는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투·타 모두 객관적 전력이 앞서는 데다,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체력이 바닥난 상대이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지난해 우승팀 KT 위즈도 정규리그에서 극적으로 1위에 오른 뒤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정규리그 1위 팀에 유리한 한국시리즈를 두고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2~5위 팀은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3판 2승제), 플레이오프(5판 3승제)를 거치면서 피투성이가 되고, 주력 선수들은 녹초가 된다. 1위 팀은 보름 넘는 기간 체력을 보충하고, 상대는 그로기가 된 상태로 싸우는 불공정한 룰(Rule)이다. 더구나 7차전 가운데 다섯 차례를 1위 팀 홈에서 치른다. 난타전 끝에 시리즈에 진출한 팀이 4승을 올린다면 기적 아닌가.
얼마 전 끝난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휴스턴 애스트로스. 상대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였다.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 팀 LA 다저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져 일찌감치 탈락했고, 아메리칸리그 최다승을 거둔 뉴욕 양키스도 휴스턴에 패해 중도에 짐을 쌌다. 각 리그 1위 팀들도 디비전 시리즈(3판 2승제), 챔피언십 시리즈(7판 4승제)를 거쳐야 하기에 이변이 속출하고, 팬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로 운영되는 일본 프로야구도 포스트시즌은 메이저리그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한국프로야구리그 포스트시즌은 개선돼야 한다. 1위와 4위 팀, 2위와 3위 팀이 맞붙게 해 승자끼리 4선승제로 겨루는 방안이 있다. 이런 정도라면 2~4위 팀도 수긍할 만하다. 승부가 뻔한 경기에 열광할 팬은 많지 않다. 양대 리그로 나눠 우승 팀끼리 싸우게 해도 된다. KBO도 모를 리 없는데, 숙제를 자꾸 미루고 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