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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찰청 전경. /경인일보DB

자녀를 사칭해 전화금융사기(메신저 피싱)를 치고, 이 수익금으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까지 협박해 돈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컴퓨터 등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 A(53)씨 등 25명을 구속하고, 대포통장 모집책 B(19)군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 등은 올해 2월 C(63)씨에게 문자로 "아빠, 내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속여 5천600만원을 빼앗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이런 수법으로 320명에게 약 2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보험 가입을 위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에게 신분증 사진이나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받아내 대포통장으로 돈을 이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을 대상으로도 사기 범행을 이어갔다.

메신저 피싱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제어해 계좌에서 10만~20만원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의 계좌로 보냈다.

이들은 메신저 피싱 피해자가 이를 확인해 은행이나 경찰에 신고하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의 계좌거래가 정지되도록 할 속셈이었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정지된 계좌 거래를 풀기 위해 송금자 항목에 적힌 메신저 피싱 조직의 텔레그램 아이디로 연락해 합의를 시도했다.

보이스 피싱이나 메신저 피싱 피해자의 돈을 일부러 불법도박 사이트 관리 계좌로 송금해 해당 계좌를 지급 정지 상태로 만든 뒤, 합의금을 달라며 협박하는 신종 사기 수법인 이른바 '통장 협박'을 한 것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들은 통장 협박 수법으로 불법 도박사이트 350여곳으로부터 합의금 8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A씨 등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과 합의하면 다시 메신저 피싱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계좌에 돈이 잘못 입금됐다"며 돈을 돌려줬다. 통장 협박 범행에 자신이 이용된 줄 모르는 메신저 피싱 피해자들은 은행에 연락해 정지된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를 풀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