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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중국이 잘되어야 모두에게 이익이다." 스탠퍼드대학 선임연구원 스콧 로젤은 '보이지 않는 중국'에서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펼쳤다.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중국 경계론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다. 그는 중국이 부상하면서 따르는 위협보다 중국이 곤경에 처할 때 나타날 위험이 훨씬 크다며 중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한다. 대안으로 스콧 로젤은 미래세대인 중국 농촌 영유아와 어린이에 대한 교육 투자와 보건 향상, 영양 개선을 주장했다.

스콧 로젤은 40년 동안 중국 농촌을 연구했기에 중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래서 편향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중국과 밀접하다. 중국이 잔기침만 해도 우리 경제는 몸살하기 마련이다. 사드 경제 보복 당시 한국경제는 휘청댔다. 또 코로나19 이후 3년 가까운 봉쇄조치로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싫든 좋든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우리에겐 여러모로 이익이다. '혐일(嫌日)'을 극복해야 하듯 '혐중(嫌中)' 또한 넘어서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불편해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꾸준히 연결고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中지도자 잇단 방문 '한중 거점지'
지난 30년 돌아보고 30년을 내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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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 열린 '한중수교 30년, 생각하는 정원 30년' 기념식에서 왕루신(王魯新) 중국 주 제주 총영사가 축사하고 있다. 2022.11.5 /임병식 교수 제공

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생각하는 정원 30주년'은 민간외교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생각하는 정원'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1992년 개원했다. 이후 15주년을 시작으로 5년 단위로 친교행사를 개최해 왔다. 이번 30주년 행사에는 왕루신(王魯新) 중국 주제주 총영사를 비롯해 문화예술인과 기업인, 관료 등 250여 명이 모여 우의를 다졌다. '농부 외교관'이라는 애칭을 입증하듯 성범영(83) 원장과 가까운 양국 인사들이 중국과 서울에서 제주를 찾은 것이다.

성 원장은 중국 지도층과 인맥이 두텁다. 1995년 11월17일 장쩌민 국가주석 방문이 계기가 됐다. '생각하는 정원'에 감동한 장쩌민은 중국에 돌아간 뒤 "농부의 개척정신을 배우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 후 후진타오(1998년 당시 부주석)와 시진핑(2005년 당시 저장성 서기)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잇따라 방문하면서 '생각하는 정원'은 한중 거점기지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다녀간 중국 고위층만 6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중국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관광 코스다. 중국 중학교 3학년 '역사와 사회' 교과서에는 성 원장과 '생각하는 정원'이 실렸다. 중국 교과서에 소개된 한국인으로는 안중근 의사와 성 원장이 유일하다. 인민일보와 주요 언론에도 소개되면서 '생각하는 정원'은 한중 사이에 가교를 놓았다. 인민출판사는 성 원장이 쓴 '생각하는 정원' 중국어판 '사색지원'을 출간하기도 했다.

뜻이 맞는다면 멀게 느껴지지 않듯
양국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중국의 번영은 우리에게도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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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 성범영 원장이 중국 허베이 미술대학 쩐종이 총장이 한중수교 30주년을 축하하며 기증한 기념비를 설명하고 있다. 2022.11.5 /임병식 교수 제공

'생각하는 정원'은 중국과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힘입어 '생각하는 정원'은 재방문율이 높다. 성주엽 대표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깨달음이다. 관람객들은 나무와 돌, 바람과 대화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분재는 뿌리를 잘라주지 않으면 죽고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 '생각하는 정원'에서 만나는 여러 글 가운데 하나다. 둘째 아름다움이다. 세계 어떤 정원과 비교해도 차별화된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정원에서 관람객들은 감동한다. 셋째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숭고함이다. 평생 시간을 쪼개 돌과 싸운, 땀과 눈물이 밴 정원에 서면 숙연할 수밖에 없다.

정원에는 장쩌민과 후진타오 주석의 글씨를 새긴 기념비가 눈길을 끈다. 여기에 또 하나 기념할 만한 비석이 들어섰다. 허베이 미술대학 쩐종이(甄忠義) 총장이 30주년을 축하하며 기증한 돌비다. 글 내용은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30년을 지향한다. '뜻이 맞으면 산이 가로막고 바다가 있어도 멀게 여겨지지 않고, 가는 길이 다르면 지척에 있어도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중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스콧 로젤이 말했듯 중국의 번영은 우리에게도 긍정적이다. '생각하는 정원'에서 공공외교를 넘어선 민간외교의 중요성을 새삼 돌아본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