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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영 우형우'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평생 동지 김동영, 최형우 전 의원이다. 두 사람은 YS를 주군으로 모시며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돌파했다. 김동영은 YS의 대통령 당선을 못보고 1991년 암 투병 끝에 작고했다. YS는 "이 문디 자슥아, 저 시상에 무신 맛있는 떡이 있다꼬 와 이리 빨리 가노"라며 통곡했다. 뇌졸중으로 정계를 떠난 최형우는 2015년 YS 빈소를 불편한 몸으로 통곡하며 지켰다.

YS의 상도동계 못지 않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도 DJ에게 헌신했던 측근들이 가득했다. DJ의 망명과 자택연금 시절 최측근인 '양갑', 권노갑과 한화갑은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주군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YS의 '좌동영 우형우'와 DJ의 '양갑'은 도원결의의 낭만을 연상시킨다. 지금 같은 내로남불 정치판에선 상상하기 힘든 낭만정치 시절의 전설이다.

측근 없는 정치 지도자는 없다. 진정한 측근, 가신은 주군과 운명을 같이한다. 토사구팽 당할 정도라면 측근이 아니다. 진정한 측근이라면 세상의 이목에서 숨을 자리가 없다. 주군과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주군의 권력을 대행하니 그렇다. 한동훈 법무장관도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평판 때문에 야당의 표적으로 매일 언론에 등장한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검찰이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겨누면서다. 이 대표가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했던 그 사람이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이 대표가 공인한 최측근 정 실장의 공적 행보가 거의 백지에 가깝다.

정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 이후 이 대표와 공직을 함께했다. 성남시 정책실장, 경기도 정책보좌관, 이재명 대선후보 비서실 부실장에 이어 민주당직에 이르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공직과 공당에서 이 대표를 보필했다.

하지만 성남시, 경기도, 민주당에서 정 실장을 직접 봤다는 사람이 드물고, 수 많은 언론사들이 확보한 얼굴 사진도 단 한장의 자료사진뿐이다. 사진 속 얼굴과 지금 얼굴이 판이하다는 정치권 전언도 있다. 정치인 핸드폰 문자도, 수시로 촬영하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를 10년 이상 비켜 간 처신이 경이롭다. 베일에 가린 측근이라니, 측근정치 역사에 극히 드문 미스터리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