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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의 작가. 2022.11.14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박충의 작가의 개인전 '푸른 갯벌' 전시가 동구에 위치한 우리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박충의는 자신의 작업실이 있는 강화도를 비롯한 인천의 갯벌을 그린 연작 10점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전시의 제목처럼 강화의 갯벌을 잿빛이 아닌 푸른 빛으로 그려냈다.

"갯벌은 연안 습지죠. 수많은 생물이 갯벌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 갯벌의 생명력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회색빛으로 그려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죠. 고민을 하던 가운데 언젠가 제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브 클랭의 푸른 빛이 떠오르더군요."

그렇게 올해 여름부터 '아침부터 밤까지' 푸른 빛의 갯벌을 그리기 시작했고 우리미술관을 채울 수 있는 10개의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열 수 있었다고 한다.

'이브 클랭' 영감 잿빛 대신 스케치
갯골에 흐르는 물 핏줄 비유해 표현
'푸른 갯벌' 우리 미술관서 27일까지


그가 한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낸 푸른 갯벌은 그야말로 웅장하다.

"물이 빠져나간 뒤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강화의 갯벌은 너무 아름다워요. 회색 바닷물이 뒤덮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생명들도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요. 발소리만 들어도 구멍으로 몸을 숨기는 게들, 먹이를 찾아오는 새들, 무수한 갯벌 위 숨구멍들이 정말 멋있고, 기가 막히죠."

그는 이번 작품을 '구상'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작품에서는 해양생물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박충의는 갯골을 흐르는 물을 특히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새벽에 모습을 드러내는 갯골을 흐르는 물을 보면 꼭 핏줄이 떠오르더군요. 살아있는 갯벌을 흐르는 핏줄이죠. 갯벌을 흐르는 바닷물과 사람의 몸에 흐르는 피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더러운 것을 정화하는 피죠. 생명의 순환을 일깨워주는 갯벌의 모습일까요. 구석기 시대에 내리던 빗방울이 지금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물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박충의는 백령도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에게 갯골을 흐르는 바닷물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안내하는 고향으로 가는 길, 곧 그리움이기도 하다.

"지금도 섬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왜 이렇게 가기가 어려운지. 갯벌에 물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고 조금씩 변하는 갯골을 보면 고향이 생각 납니다."

박충의 작가는 "내비게이션을 켜 두고 운전을 하면 다른 풍경을 보기 힘든 것처럼, 작가가 (작품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하면 좋지 않을 것 같다"면서 말을 아꼈다.

그는 "이 작품을 보고 강화의 갯벌을, 인천의 갯벌을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다"면서 "많은 분들이 작품을 감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7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