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월요일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한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 이래 스물두 번째 월드컵이다. 우리 월드컵 역사는 1954년 5번째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역 예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가 1986년 32년 만에 멕시코 월드컵에 진출했고, 이를 기점으로 10회 연속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월드컵에서 본선 16강 이상의 성적을 낸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단 두 번이다. 한국 축구팬들의 염원은 매번 조별 예선 3경기만을 보고 경우의 수를 따지다가 끝이 나는 남의 잔치 월드컵이 아니라 토너먼트의 주역이 되는 경기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이번 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호날두가 이끄는 우승 후보 포르투갈이 있고,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선수만 해도 10명이나 되는 우루과이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최대 장점은 세계적 경기력을 지닌 토드넘의 손흥민, 나폴리의 김민재, 그리고 마르요카의 이강인 등이다. 한국 대표팀의 핵심인 손흥민은 출전 명단에는 포함이 됐으나 출전이 불투명하고 혹 출전한다고 하더라도 안와골절 부상의 회복과 과연 부상 이전의 월드클래스 급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강인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선수로 한국 축구의 미래라 할 수 있으나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 업 축구와는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김민재의 단단한 수비능력이나 이강인의 화려한 개인기와 발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며, 손흥민은 앞으로 두 번 다시 나오기가 어려운 선수다. 프로 선수들의 실력은 미세한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이 종이 한 장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가령 보통의 프로선수들은 볼만 보고 상황을 보지 못하거나 상황을 보다 볼 컨트롤에 실패하는데, 손흥민 수준의 선수들은 볼과 상황을 다 보며 슈팅의 정확성이 월등하다. 이 작은 차이가 경기의 승부를 좌우하는 것이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 많다. 세계적인 경제난에 나라도 이태원 참사 후유증으로 뒤숭숭하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로 국민이 너나 없이 하나가 됐던 감동이 절실한 때이다.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이 도하의 기적을 일으켜주길 고대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